“장애인은 더 이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기본권을 향유해야 할 인간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는 우리에게 시련과 고통만을 줬다. 장애인의 날에 우리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4월 20일 스물여덟 번째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단 하루 시혜와 동정을 베푸는 축제를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철폐를 다짐하는 투쟁이 어김없이 열렸습니다. 420 장애인차별철폐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20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의 대회사로 시작된 집회에서 공투단은 10대 요구안을 선포했습니다. ▲ 장애인 노동권 보장 ▲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및 탈시설 권리보장 ▲ 성인지적 관점의 장애여성정책 수립 ▲ 장애앤의 방송통신 접근권 보장 ▲ 활동보조권리 보장 ▲ 장애인 주거권 보장 ▲ 장애인 가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정책 마련 ▲ 장애인연금제 도입 ▲ 희귀난치병 장애인 권리보장 특별법 제정 ▲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체계 마련
이날 집회에서 가장 큰 요구는 비리 사회복지시설의 민주화와 탈시설 권리 보장이었습니다. 석암재단이 운영하는 베데스요양원에서 생활했던 중증장애인 11명이 집단 삭발식을 가졌습니다. 3월 25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석암재단과 성람재단의 장애인들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는데, 이날도 원효대교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며 비리 재단의 장애인 시설 운용 허가 취소 등을 요구했습니다.
진보신당 노회찬 상임대표는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는 눈물 한방울 나지 않았는데 오늘 장애인들이 삭발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해서 노력해 온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을 둘러싼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가 주무부처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인력증원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장차법 대표 발의자인 노회찬 대표는 “오랜 노력 끝에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시행령은 우려한대로 차별금지법을 장례 치렀다”며, “다양한 차별 사유를 인정하고 인력을 확충할 때까지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남 마산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던 송정문 경남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총선에서 시민들의 의식은 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부자를 위한 정책만 쏟아내는 정치권과 공무원만 변화시키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박김영희 공동대표를 비롯해 많은 당원들이 참석했으며, 서울시청 광장으로 행진한 후 정리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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