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치센터 출범, 에너지 정치경제와 시장 메커니즘
지구의 날에 즈음한 4월 20일 에너지정치센터(대표 조승수)가 출범했다. 에너지정치센터는 기존의 시민사회운동과 노동 농민운동, 그리고 정치운동의 경계를 넘어 ‘창의ㆍ자발ㆍ연대’를 무기로 화석에너지 중심의 낡은 체계를 정의롭게 전환해, 새로운 세상을 일구는 데 일조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에너지정치센터는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모니터하고, 정책대안을 연구하며, 영상 등을 통한 대중적 소통을 도모하고, 구체적 실천을 통해 운동의 지평을 넓혀 가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적 가치를 넘어, 에너지를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해체하기 위한 실천적 연구와 정치개입을 준비하고, 특히 실천의 과정에서 노동과 농민운동, 그리고 시민사회운동과 함께 하는 적록연대를 중요한(!) 실천 방법론으로 고민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7%에 이른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고, 앞으로도 석유정점 등으로 고유가 시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 에너지정치센터 사람들. 가운데가 필자인 이강준 기획실장
2007년의 우리나라 원유수입액은 600억$에 이르렀는데, 이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390억$), 자동차(373억$), 무선통신기(303억$), 선박(277억$), 철강(231억$)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한편, 지난 1년 동안의 원유수입량은 8.7억 배럴인데, 이는 우리나라 1년 물소비량의 5.3배이고, 코엑스 수족관 6만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또한 이를 소주병에 담으면 3,908억병에 이르고, 이를 눕혀 연결하면 지구를 2,097번 돌 수 있고, 서울과 부산을 93,359회 왕복할 수 있으며, 지구와 달을 111회 왕복할 수 있는 규모이다. 가히 대한민국은 석유중독에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는 석유중독을 양산하면서, 이권을 챙기는 카르텔 구조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국민들 대다수는 ‘중독’을 회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대다수는 생경한 전문 용어, 각종 단위 등으로 에너지 문제가 갖는 복합적인 측면을 보기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정유업계-전력회사-관료-정치권-언론-학계 등 이른바 ‘에너지 자본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국회의원인 헤르만 셰어는 그의 저서 ‘에너지주권’에서 에너지 전환의 10대 철칙 중 여섯 번째로 “에너지업계 내에 존재하는 카르텔을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원자력 광고비만 한해 12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언론의 친 원자력 보도 행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MB의 한국형 원전 수출 등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국정과제가 발표된 직후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실에서 자본의 이해관계와 관련한 모니터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유용한 국가전략
우리나라 에너지 위기의 핵심은 에너지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과정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원유 등 화석에너지는 국제적인 전쟁과 분쟁, 원주민의 기본권 유린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고, 특히 화석에너지 체계는 기후변화협약 가입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적 충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에너지 재벌의 무한이윤추구 과정에서 석유고갈과 고유가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체계로의 전환은 현실 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국가 전략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일 뿐만 아니라, 유관 중소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와 농촌을 회생하는 경제적 파생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전환과정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과 화석에너지 노동자의 정의로운 전환은 유효한 산업정책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에너지정치센터는 20일 지구의 날 행사에서 태양열 조리기와 폐식용유의 바이오디젤로의 정제과정을 시민들이 체험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또한 녹색연합 및 환경정의와 함께 ‘착한 바이오 에너지’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에너지정치센터는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10년 앞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학습하며, 실천하는 동지들과 함께, 세상을 바꿀 구체적 힘과 내용을 채워 가려 한다. (에너지정치센터/이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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