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이랜드투쟁 300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녹색세상 2008. 4. 19. 23:11

   

 

 

19일 오후 4시 20분 홈에버 월드컵경기장점. 대학생과 이랜드노조원 등 250여명이 일제히 2층 매장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애초 호송차 십여대와 경찰 1천여명을 동원해 노조원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하고 있던 경찰들은 뒤늦게야 다른 문을 통해 뛰어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 발 늦었다. 노조원들과 학생들은 이미 2층 매장 입구 앞까지 들어서고 있었다. 노조원들과 학생들은 “박성수를 구속하라, 이랜드 자본 박살내자”고 구호를 외치며 경찰의 벽을 밀고 밀었다. 그러나 경찰의 흔들림은 일순간이었다. 노조원들의 앞에 선 경찰들은 헬멧을 고쳐 쓰고 방패를 세웠고, 뒤늦게 올라온 경찰들은 사람들의 옆과 뒤를 막고 서 자진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잠시 실랑이. 약 20분 이후 사람들은 천천히 뒤로 물러 결의대회 장소로 내려왔다. 이미 학생 2명과 진보신당 당원 1명, 노조원 1명이 대오로부터 뜯겨져 나간 뒤였다. 그러나 그들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7일로 300일을 넘긴 이랜드 투쟁의 저력이었다.

 

   

   ▲ 이랜드 노조원들과 학생들이 철수하자 2층 매장 안의 직원들이 셔터문을 닫고 카트로 진입을 막고 있다.



오랜 투쟁으로 알린 진실. 그러나 아직 문제 해결되지 않아


이날 오후 2시 30분 지하철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 앞에는 이미 10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더 이상 비정규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말고 현장에서, 홈에버 앞에서 행동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은 매장 입구를 둘러 싼 경찰의 호송차로 만들어진 차벽에 가려져 있었다. 매장을 오가는 시민들은 헬맷을 깔고 앉은 전경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 입구에는 양복을 빼 입은 홈에버 측 경호원 8명이 서 있었다.

 

 

이미 시민들은 이랜드 투쟁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매장 안에서 만난 임훈수 씨는 “불편하긴 하지만 홈에버가 나쁜 기업이란 건 알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달 언론보도를 통해 홈에버가 무허가 술 도매상들과 탈세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임씨는 “집에서 걸어서 나올 수 있는 대형마트가 이곳 밖에 없어 장을 보러 오지만 찝찝하다”고 변명하듯 말했다. 임씨의 말처럼 홈에버의 부도덕성은 300일이 넘는 이랜드 투쟁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임씨가 알고 있는 불법 주류 유통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쌀 카드깡’ 의혹까지 불거졌다.(홈에버, ‘주류 탈세 이어 쌀 카드깡’ 의혹. 프레시안 2월 25일) 신용불량자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받은 신용카드로 카드깡 업자가 홈에버에서 대량으로 쌀을 사들이고 도매업자가 그를 되사는 형태로 매출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는 않았다.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