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보호대상자들이 병원 쇼핑을 마구 다녀 재정 고갈을 초래했다고 본인 부담금을 지우는 쪽으로 의료법을 개정했습니다. ‘도덕적 해이’를 들먹였음은 물론이죠. 어설프나마 사회복지 상담을 해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일을 하다 막판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치료시기를 놓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2007년부터 시행되어 국가로부터 직접적인 생활보장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의료비 지원과 같은 긴급 지원을 받는 범위가 예전보다는 조금 넓어졌습니다. 법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이 사실을 몰라 고생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유시민 전 장관의 장애인에 대한 거짓 약속에 항의하는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사진:오마이뉴스)
아는 분의 소개로 20년 전 뇌종양 수술을 받아 고생하고, 재작년 시월까지 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을 할 수 없게 된 분의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 국립의대에서 수술을 했는데 ‘장애 6등급’ 판정을 받은 몸으로 노동을 해 왔으니 그 분의 삶에 대한 애착을 칭찬해야 할지 그런 사람을 방치한 이 사회를 원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산재보상보험법의 장해등급 분류에 의하면 6등급부터 연금지급을 권할 정도로 노동능력이 떨어지는 중증장애입니다. 그런 몸으로 사회에서 낙오당하지 않으려고 노동을 하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마지막으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죠.
많은 분들을 상대로 사회복지 상담을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다 자신의 자존심을 접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국가가 국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고, 제가 겪어 본 많은 분들은 사회로부터 도움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더군요. 이런 사람들을 보고 ‘도덕적으로 해이하다’고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부 해이한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국민이 먹고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 주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엉성하기 그지없는 사회복지제도, 회계 처리의 기본 처리 상식인 ‘감가삼각비’ 적용마저 기초생활보장법에는 적용을 하지 않습니다. 세금 징수는 ‘공시지가’로 처리하면서 복지혜택을 받을 사람들의 재산평가는 현재 시세를 적용하는 형평성의 문제는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고요.
국가가 국민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지는 못할지언정 ‘도덕적으로 해이하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가난이 무슨 죄인가요? 경쟁 사회에서 이긴 자가 있으면 패배자가 있기 마련이고 낙오자가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낙오자들을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하는 순간 이 사회의 희망은 점점 멀어져만 갈 것입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모 의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97년 외환위기가 오고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 수십만 명의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릴 때 ‘정리해고 중단하라’며 파업 투쟁을 할 때 대한민국 보다 소득 수준이 더 낮은 제 3세계 어느 국가의 대사로부터 ‘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수배 중인데다 투쟁의 선봉에 있으니 시간을 낼 수도 없고 외국 대사를 만날 이유가 없을 것 같아 거절을 했는데 ‘정리해고 50만명’이 넘자 다시 ‘꼭 좀 보자. 물어볼 게 있다. 원하는 장소로 가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70만명이 해고 되자 ‘민주노총위원장에게 꼭 물어봐야 할 게 있다’며 연락이 와서 장소 세탁을 해 가면서 만났습니다.
“지금 이렇게 정리해고자들이 많고 대부분이 가장들인데 정부가 세운 대책이 있느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고 하자 “이게 무슨 국가냐”는 말에 대한민국에 산다는 게 그렇게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부자들은 마치 자기들이 세금을 다 내는 것처럼 목에 힘을 주는데 우리나라의 조세 정책은 부동산이나 법인 소득세 같은 직접세 보다 물건을 사는데 붙는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 비율이 엄청나게 높아 자기들이 내는 세금이 적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조세정책의 기본이고 자본주의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 세금은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곳에 쓰여야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죠. 유럽은 사회가 발달하면서 초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겪으면서 각종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복지 체계를 확보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사회 자체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이 내린 고민의 결과죠.
뇌종양 수술을 한 그분은 3월에 재수술에 들어갔습니다. 첫 수술을 서울에서 해 다시 그 병원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없는 형편에 수술비 해결은 되었는지 아직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뇌종양 수술을 하고 장해 6등급을 받은 상태에서 육체노동을 해 왔으니 아마도 온 몸 구석구석에 골병 안 든 곳이 없을 겁니다. 살려고 끝까지 발버둥을 치다 도저히 안 되어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이런 사람을 책임져야 하는 게 우리네 정리라고 저는 배웠습니다.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의지가 없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이들은 많은 도움을 바라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생계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마지막 간절한 호소를 할 뿐이지.....
추 가: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생각이 어떤지 댓글 달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발 욕은 사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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