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잦아진 김민웅의 훈수

녹색세상 2008. 4. 13. 21:46

언제부터인지 김민웅 박사가 진보정당 기관지에 기고를 하더니 이러쿵저러쿵 훈수가 잦아졌습니다. 신학박사에다 정치학 박사까지 공부했으니 그의 학문적인 열정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한인교회 목회를 하면서도 국내문제와 관련해 기고한 글을 보면서 ‘목사 냄새’ 나지 않아 내공에 찬사를 보낸 적이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 속에 대중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먹물 특유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5년 전 아우인 김민석이 ‘최연소 정치철새’로 나설 때 본격적인 냄새가 나기 시작했죠.


무릇 사랑한다면 아무리 핏줄이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편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게 삶의 지혜를 터득한 사람의 자세일 것입니다. 그도 사람이라 그런지 동생 김민석의 서울시장 출마 때는 아무 소리 없다가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정몽준과의 단일화’ 주장에 동조를 했습니다. ‘가제는 게 편’이란 말이 그런 경우를 두고 한 것인가 봅니다. 그 때까지 김민웅 박사의 글 어디에도 ‘진보정치’란 말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동생의 주장에 동조를 하면서 ‘한나라당 저지를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글은 여러 번 봤지만.

 

김민석의 동료였던 이른바 386정치인들은 ‘동지라 부르지 않겠다’며 뜬금없이 정몽준을 지지한 김민석을 비난했음에도 불구하고 형님답게 아우의 잘못을 꾸짖지 않았습니다. 그런 김민웅 박사를 보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을 향한 비판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김민석은 미국에 공부하러 갔다가 접고 작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 출마하면서 발 빠른 정치행보를 보이기 시작해 정치에 관한한 ‘동물적 감각’을 타고 났음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명동외국어학원’ 집 아들의 재빠른 움직임은 대단하다는 평판을 받기에 충분했죠.

 

그런 김민웅이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후 민주노동당의 기관지에 글을 쓰더니 급기야는 ‘분당이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들다’며 훈수가 잦아졌습니다. 김민웅 박사가 무슨 말을 하던 그것은 자신의 자유입니다. 그렇지만 동생이 정치 철새 행각을 시작할 때 보였던 ‘한나라당 집권 저지를 위한 민주당 지지’에 대해서만은 명확히 입장을 밝히고 진보정치권을 향해 입을 여는 게 순서라 믿습니다. “아우 일에는 가만있던 김민웅도 나선다”는 진중권의 말을 굳이 인용할 필요는 없겠죠.

 

활동가가 아닌 글 좀 읽은 먹물이랍시고 시시콜콜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방관자의 입장에서 그냥 던지는 그 말이 도움은 커녕 ‘염장 지르는 소리’로 들려 정말 싫습니다. 외국 오래 살다 오셨으면 국내 분위기도 좀 익히고 적응하기도 바쁠 텐데 서로 맞지 않아 헤어진 사람들에게 ‘재결합’을 들먹이는 남의 사생활에 대한 간섭은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4.9 총선 결과를 두고 또 한 수 훈수를 두셨던데 강의나 제대로 하시고 훈수는 그만 두셨으면 합니다.

 

울산의 김창현 씨 부부가 잘 되던 학원 장사 놔두고 진보정치 한답시고 나서는 바람에 물 다 버린 줄 모르는 가 본데 필요하다면 알려 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실컷 죽 쑤어 개 줄줄 알면서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가만 계시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 알려드립니다. 훈수나 간섭을 하는 것도 최소한의 자격이 있지 아무나 하면 ‘잔소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외국 오래 살다왔으니 우리말의 이런 ‘사소한 차이(뉘앙스)부터 먼저 이해하라’는 권유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애매한 표현으로 진보정당 창당에 간섭하는 것은 입만 아픈 얘기니 먼저 자신의 정치철학부터 분명히 밝히는 게 지식인의 기본적인 처신이라 봅니다.  먹물 특유의 훈수 시대는 이미 갔음을 모른다면 아직 국내 사정에 어둡다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민주당을 지지한 것에 대한 명확한 입장부터 정리하고, 왜 진보정당이 필요하며 무슨 이유로 뭉쳐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게 훈수의 순서 같습니다.

 

덧 글: 그게 김민웅 박사가 전공한 ‘기독교윤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