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예비교사까지 신입생 폭력

녹색세상 2008. 3. 17. 14:18
 

지난 14일 저녁 충남 공주시 계룡산 갑사 들머리 주차장을 찾았다. 대학생들의 ‘폭력 엠티(MT)’를 보도(2007.3.19일 8면)한 지 1년 만이었다. 새 봄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는 1년 전과 똑같았다. “정신을!” “차리자!” 얼차려를 받으며 내지르는 신입생들의 괴성도 그대로였다. 주차장에서는 공주교대 초등체육교육과 07·08학번 대면식이 진행 중이었다. 팔 벌려 높이뛰기와 어깨 걸고 앉았다 일어나기로 몸을 푼 50여명의 예비교사들의 ‘얼차려 대면식’은 저녁 8시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신입생 30여명은 5~6명씩 조를 나눠 순서대로 5개 코스를 돌았다. 07학번 선배들의 이름·출생년도를 외우는 곳, 과가 외우는 곳, 자기소개를 하는 곳, 개인기 시범을 보이는 곳, 체력단련을 하는 곳 등 …. 마치 군대의 유격훈련에서 따온 듯했다. 남녀 구분은 없었다.

 

 

첫 번째 코스에선 신입생들은 한사람씩 “○○○선배, △△년생”을 큰 소리로 외쳤다. 한 명이라도 이름이나 출생 연도를 틀리면 한 조가 모두 어깨를 걸고 “정신을” “차리자”며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과가를 외우는 곳에서는 10초 정도 가사를 보여주고 선배가 먼저 부른 뒤 곧바로 따라 부르도록 했다.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앞뒤로 누웠다 일어나는 얼차려를 되풀이했다. 그래도 실수가 계속되면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다리를 15도 각도로 들어올리게 했다. 체력단련 코스에선 이른바 ‘선착순’을 시켜, 먼저 들어온 사람한테는 ‘동기 사랑이 부족하다’며 다시 한바퀴를 뛰게 하기도 했다. 자신의 특기를 대고 시범을 보이는 곳에서 예비교사들은 “○○도 잘하고, △△도 잘하고” 등을 외쳤다. 하지만 결국은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 다 하겠다”로 마무리됐다.


밤 10시가 넘자 계룡산의 기온은 2도까지 떨어졌다. 세 시간이 넘는 얼차려에 힘이 들었는지 주저앉는 여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저기서 기침소리도 들렸다. 이때부터 “여자라고 열외 없다”는 고함과 함께 반말이 섞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계속된 얼차려 대면식은 신입생 5개 조가 5개 코스를 다 돌고 난 밤 10시40분께 끝났다.


다음날인 15일 아침 민박집에서 만난 이 학과 07학번 한 학생은 한겨레 취재진에게 전날 교육에 대해 “그냥 인사만 했을 뿐 몸으로 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생은 목격한 장면들을 설명하자 “그게 얼차려라니 말이 되느냐. 우리는 억압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체대가 아니다. 즐겁게 어울린 것일 뿐이다. 내가 4학년이지만 지금까지 해마다 해온 것”이라고 항변했다. 일부 학생들은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덕영 공주교대 체육교육과 학과장은 “14일 대면식이 강압적인 방법으로 이뤄진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누구든지 공감하는 방법으로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7일 곧바로 체육교육과 교수 전원이 모여 신입생 대면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겨레/하어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