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신입생 훈련 중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끝내 20여일 만에 심한 격막 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숨진 용인대 강장호군의 사연은 체육계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크나큰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아직도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대학 합격 소식에 기뻐하며 꿈에 부풀었던 자녀를 학교 훈련에 보내고 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부모의 심정을 생각하면 비통함에 가슴이 아린다. 그런데 해당 대학의 책임자들은 강군의 사인과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슬픔에 젖은 유가족과 분노에 찬 국민에게 공개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건 해결을 위해 학교 스스로 발 벗고 나서도 부족한 마당에 수사당국의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넋을 잃은 유가족을 핑계로 진지한 대화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틀 뒤 ‘한겨레’를 통해 보도된 경희대 체육대학의 신입생 예절교육 동영상 장면은 가히 국민의 혀를 차게 할 만했으며 체육인으로서 수치스러움을 금할 수 없게 만들었다. 머리박기, 선착순, 김밥말이 등 종류를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가혹행위와 지금은 군대에서조차 사라진 얼차려 장면들이 여과 없이 공개된 것이었다. 이러한 구타와 가혹행위, 엄격한 규율 등 체육대학의 시대착오적인 규율과 폭력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해마다 학기 초에 ‘신입생 길들이기’라는 명목으로 체육 관련 대학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풍경이다. 그동안 억압된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유를 향유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통과의례는 너무나 가혹한 ‘날벼락’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일부겠지만 아직도 체육대학들은 신입생에게 오리엔테이션이나 대면식, 새 학기 엠티 등에서 폭력적 관행을 통과의례로 여기고, 선배가 되면 후배들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이 받았던 수모와 폭력을 그들만의 문화로서 대물림하고 있다. 또한 일부 교수들은 여전히 이를 학생 통제의 수단으로 인식하여 폭력적인 관행을 방조 내지는 묵인, 심지어 지시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지성의 산실인 대학에서 아직까지도 이러한 비인권적인 일들이 버젓이 잔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장차 체육의 즐거움과 기쁨을 알릴 체육 전도사가 될 이들에게 반인권적 행태와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암울하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체육대학 신입생은 다가올 체육문화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구성원들의 묵인·방조 아래 자행되어온 체육대학의 규율 및 폭력 문화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사회가 민주화되고, 개인의 인권과 조직의 투명성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지금, 어느 누가 맞아가며 운동하려 하겠는가. 폭력을 강요하고 대물림하는 것은 인간의 잠재력을 거세하는 것이며,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사라져야 할 구태를 방관하고 묵인하는 일부 체육대학 관계자와 일선 지도자들의 각성과 반성적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로서, 체육인으로서 더는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이젠 멀리 하늘나라에 있을 강군의 영혼 앞에 이 참담한 현실과 아픔을 안겨주고 겪게 한 체육계의 못난 선배로서 과오를 머리 숙여 사죄한다. 그리고 해마다 되풀이되는 체육대학 내 악습을 근절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장호의 혼을 달래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중앙대/김상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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