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시각은 밤 9시.
8시50분이 넘어가자 체육관 주변으로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이미 학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일체 열외 없음”이 통보된 상태다. 집합시각에 늦지 않기 위해 뛰어가는 학생들도 보인다. “이러다 우리도 포털 게시판에 나오는 거 아냐”라는 얘기도 들린다. 대학생들의 강압적인 집합과 얼차려 관행이 ‘한겨레’의 집중적인 기사와 이를 인용한 KBS의 보도로 널리 알려져 사회문제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체육대학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집합’이 여전히 조심조심 이뤄지고 있었다. 21일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에 있는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 이 학교 사회체육학과 재학생 250여명이 ‘전체집합’ 공지에 따라 밤 9시 체육과학관 1층 체육관에 모여들었다.
이날 집합은 00학번 선배 ㅂ씨의 주도로 이뤄졌다. 4학년인 그는 지난주 학과 인터넷카페에 ‘공지’를 올렸다. “사회체육과 학생이라면 모두 체육관에 모여라”는 공지였다. ‘사회체육과 전체’였던 집합대상은 이후 ‘02학번 이하 모든 재학생’으로 바뀌었고, 8시로 예정됐던 시각도 한 시간 늦춰졌다. 현장에서 만난 사회체육과 조교들은 “집합에 강제는 없다”고 말했다. 밤 9시. 재학생들이 체육관에 모두 모이자 선배의 ‘훈계’가 시작됐다. 그는 “최고학번 선배로서, 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은 줄을 맞춰 섰고, 가끔씩 “옛!”하는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30분 뒤, 5~6명의 학생들이 대열에서 빠졌다. 04학번들이다. ㅂ씨는 “중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기본적인 예절을 안 지켜서 벌을 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박기를 당했다.
밤 10시20분께 “학교 직원”이라고 밝힌 이가 와서 사진기자의 취재를 막았다. 그는 다짜고짜 “사진 찍지말라”며 기자를 밀어내기도 했다. 그가 체육관으로 들어가자마자 학생 3~4명이 뛰어와 기자들을 둘러쌌다. “집합으로 단정 짓지 말라”던 이들 대부분은 ‘선배급’인 01학번들이었다. 이들이 취재진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체육관에 모여 있던 학생들은 한꺼번에 학교를 빠져나갔다.
사진기자 취재 드러나자 “찍지 마” 길 밖으로 끌려나
대학당국은 “재발 방지 약속…지속 교육하겠다”
‘한겨레신문’ 기자의 취재사실이 알려지자 대학 당국은 황급한 해명에 나섰다.
사회체육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교수도 취재한 기자에게 “강제적이었다면 전체 학생 정원 460여명이 모두 왔어야 한다. 257명이 왔는데 ‘강제’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터넷카페에 ‘사회체육학과 집합공지’라는 제목으로 올려 진 글엔 글쓴이와 복장, 집합대상과 함께 ‘일체 열외 없음’이라는 말이 덧붙여져 있었다.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는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유감의 뜻을 전달하며 재발방지와 지속적인 교육”을 약속했다. 김명기 학과장은 ‘학생 전체모임 경위서’에서 “학생으로서의 기본예절(수업태도, 선후배간 예절, 학과행사 참여 등)을 전달하는 자리였다”며 “학과행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후배에게 귀감이 되지 못한 4학년 일부 학생에게 10분간 얼차려를 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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