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신입생 폭력, 영남대학교도....

녹색세상 2008. 3. 6. 14:43
 

체대서 또 군대보다 더한 ‘군기잡기’

‘각 잡고’ 앉혀 정신교육…엎드려뻗치기…머리박기


지난 1일 오후 6시께 대구 영남대 체육관. 이 학교 체육학부 학생 100여명이 줄을 맞춰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이른바 단체로 ‘각을 잡고’ 앉아 있는 광경이 군대 내무반 같다.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도 흰 반팔 티셔츠에 체육복 바지를 맞춰 입고,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다. 선배들이 큰 소리를 지르며 ‘공포 분위기’로 몰아가더니 몇몇 학생들을 불러내 벽을 보고 앉게 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께 대구 영남대 체육관에서 체육학부 학생 100여명이 학부 전체 모임인 이른바 ‘전학’ 시간에 줄을 맞춰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이른바 ‘전학’이라고 하는 이 모임은 선배들이 정신교육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체육학부 전 학년이 참석한다. 후배들이 한 사람씩 일어나 ‘학교생활을 잘 하겠다’는 취지로 큰 소리로 자기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식의 ‘군기잡기’는 이날 1시간30분 넘게 계속됐다. 일반적으로 전학이 있을 때면 ‘오늘 각오하라’는 선배들의 경고가 있은 뒤 어김없이 혹독한 얼차려가 뒤따른다. 이날은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서둘러 모임을 끝냈다.


대구 영남대 학생들 ‘새내기 지도’ 빌미

한학기 내내 얼차려·훈계

파마ㆍ염색ㆍ알바 금지도


이 학부의 새내기 대상 ‘군기잡기’는 일상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김영철(18·가명·1년)씨는 “입학식 다음날부터 1학기 내내 아침 7시30분까지 학교에 나와 날마다 얼차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체육관 청소를 한다는 명목인데, 실제로 청소는 10∼20분 안에 끝나고 곧바로 06학번의 훈계와 얼차려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그는 “엎드려뻗치기, 엎드려서 뒷사람 어깨에 다리걸기 등 군대에서 하는 힘든 동작들을 주로 시켰다”며 “머리박기를 오래해 두피에서 각질이 일어나고 진물이 나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고 나면, 정작 수업시간에는 졸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는 “공부를 하려고 학교에 다니는지 선배들한테 시달림을 당하려고 다니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의 휴대폰에는 ‘○○형이 내일 피보기 싫으면 오늘 럭비(경기) 다 보러 가라 했다’, ‘○○시까지 ○○○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여라’는 등 과모임을 알리는 문자메세지들이 남아 있다.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공식적인 학교행사 참석은 필수고 1학년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오티’(학부 모임) 등의 명목으로 선배들한테 불려 간다. 혹시 사정이 있어 빠지면 ‘학교생활을 제대로 못한다’며 선배들한테 ‘찍힌다’. 모임에 빠지거나 선배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하지 않는 학생은 심한 꾸중을 듣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얼차려로 이어진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은 예사다. 생활 규제도 심하다. 선배들에게 말을 할 때는 군대처럼 항상 ‘~다, ~까’로 끝내야 한다. 남학생들은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하고, 여학생들은 파마나 염색이 금지된다. 단체 모임에 빠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1학년은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이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선배들은 “전공 특성상 선후배 관계가 중요해 단체생활은 꼭 필요하고, 몇 가지 얼차려 동작은 체력 향상에도 좋다”고 말했다. 이 대학 체육학부장은 “체육학부의 특성상 머리 단속이나 단체생활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아침 청소 때 얼차려를 하는 등 지나친 부분은 하지 못하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자유롭게 대학생활을 하는 다른 전공 학생들을 보면 ‘저런 게 정말 대학생활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겨레/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