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천주교는 이단?

녹색세상 2008. 2. 29. 23:47

 

 김×× 목사님, 오늘은 거추장스러운 계급장 떼고 합시다. 김 형이 지난  주일 ‘천주교를 이단’이라고 하셨죠? 무슨 근거로 그런 정죄하는 말을 했는지 모두지 이해할 수 없지만 확신에 가득찬 김 형의 표정을 보고 ‘실수’로 한 말이 아님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몇 년 전 자전거 사고로 입원 중 성탄절이라 교회로 들어서는데 “자유주의 신학은 이단”이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천주교까지 이단이라고 하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네요.

 

 ▲ 몰지각한 목사들이 이단으로 모는 천주교와 불교 수도자들과 환경파괴를 반대하며 같이 걷는 목사와 개신교 신자들.


예수께서 분명히 ‘정죄하지 마라’고 말했고, 김 형과 같은 분들이 하느님 보다 더 떠받드는 성서 여러 곳에 그와 같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단호히 ‘천주교는 이단’이라고 규정했으니 이는 명백한 비성서적인 표현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유럽연합에 대해 요한묵시록의 비유까지 인용하면서 ‘마귀’로 싸잡아 넘기는데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유럽연합이 왜 생겼는지 그 배경을 조금이라도 알고 그러는지 정말 갑갑하네요. 잘 아시다시피 요한계시록은 묵시 문학으로 요한사도가 밧모섬에 유배되어 갔을 때 환상을 보고 기록한 것으로 신학자 마다 해석이 워낙 분분해 딱히 ‘이것’이라고 단정인적 표현은 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가 남으로부터 인정받으려면 먼저 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 아닌가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남을 사랑하지 못하듯이 같은 성서를 붙들고 있는 형제종교인 천주교를 이단으로 정죄해 버리면 김 형의 신학 또한 이단으로 규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마음에 상처받은 사람을 치료한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너무 수준 낮은 것 같더군요. 왜 개신교가 한국사회에서 배척받는 줄 아십니까? 쥐뿔도 모르는 무식한 인간들이 걸핏하면 ‘사탄의 권세’ 운운하는 무식의 극치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르면 알 생각은 하지 않고 사정없이 ‘사탄’으로 규정해 버리니 어느 누가 좋다 할리 없죠.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종교만 제일이라고 우기고, 풍습조차 인정하지 않는 무지는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죠.

 

  ▲ 휴식 시간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문규현 신부와 목사들, 이들은 하나같이 ‘경부운하는 대 재앙’이라고 말하고 있다.

 

감리교에서는 이미 1970년 대에 깨인 분들이 ‘신앙의 토착화’를 고민하면서 문제 해결을 했는데 아직도 배타성을 버리지 못한 독선적인 교만한 무리들 때문에 그 열매가 가려져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회와 격리된 채 오직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자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절이 지나면 옷을 바꿔 입고 유행이 너무 지난 옷은 잘 안 입듯이 시대변화에 눈 뜨지 않는 개신교는 지금 몰락을 자초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인구감소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신자는 늘어나고 개신교는 급격히 감소 추세라는 게 통계자료입니다.


인구이동으로 인한 기존교인 증가는 있을지 모르나 초신자는 거의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개신교 내부의 연구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원인분석 하지 않고 지금처럼 똥고집 부리면 몰락은 강 건너 불 보듯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저는 개종할 의사는 없으나 주위 사람들이 가진 종교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고 오히려 존중해 줍니다. ‘별난 인간’으로 찍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이것만은 인정해 줍니다. 제가 인정받고 하느님 영광 가리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데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운동권 사람들도 이런 점을 좋아합니다. ‘당신이 믿는 예수, 언젠가는 믿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창세기 설화의 천지창조는 신앙 고백 중 인간 존중의 최고봉이라고 들었습니다.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는 고백을 하면 할수록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모든 사람이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결론에 다다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예수를 알고 모르고 관계없고,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고 차별이 없어야 함은 너무 당연하죠.

 

▲ 함께 한 수녀들이 환경파괴를 걱정하며 기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이단이라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더 이상 남을 정죄하는 짓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몇 년 전 목사 안수를 받은 제가 녀석은 ‘선생님의 종교 다원주의가 위험합니다.’ 한 연설  하기에 ‘토론은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일방적인 설교는 사양한다’고 했더니 아예 연락조차 없더군요.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신학수준으로 21세기에 무슨 목회를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갑갑합니다. 부탁드리건대 ‘영적전쟁’과 같은 타 종교를 무시하고 싸움 붙이는 말만은 그만 해 주십시오. 서로 싸움 붙여 어떻게 할 것이며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실존하는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도 시원찮을 판에 ‘점령대상’으로 보는 것은 제국주의 신학의 찌꺼기로 성서에서 그렇게 강조하는 ‘사랑과 화해’와는 너무 먼 것 같습니다.


김 형이 신학 공부를 많이 하고 영성이 풍부하다 할지라도 남을 정죄하는 표현만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단이란 그 말에 심장에 비수가 꽂혀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혀 밑에 도끼 있다’는 속담처럼 말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음을 잘 아는 상담자가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신앙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냥 주입할 때 그 후유증이 어떨지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지 않습니까?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보듬어 안는 큰 그릇으로 키워야 할 아이들을 속 좁은 인간으로 만들지는 않는지 걱정입니다.


김 형, 갑자기 살이 빠져 놀라셨죠? 구체적인 사정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기로 하고 사연이 좀 있었다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온다’는 어는 어른의 말씀처럼 ‘다 좋은 것도 없지만 다 나쁜 것도 없다’는 게 살이 빠져 이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몸으로 깨달은 소중한 경험입니다. 자유주의신학 좋아하는 윤희용이도 ‘예수를 그리스로 고백’ 하니 이단이라 할 수 없겠죠? 욕심 많은 제가 겨우 ‘이단’ 밖에 안 된다면 너무 섭섭하니 8-9단 정도는 해야 하겠죠.^^  천주교가 왜 이단이란 게 신학적인 근거가 있는 말인지 김 형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지 들을 기회가 속히 오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참, 개신교에 질린 사람들 대부분이 천주교로 개종하는 건 잘 아시죠? 그런 천주교를 이단으로 몰아붙일 때는 신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아무리 ‘돈 안드는 말’이지만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음을 아는 분이기에 단도직입적으로 투박하게 표현한 점 이해해 주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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