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서 탈당한 사람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코앞에 닥친 국회의원 총선거 일정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회찬ㆍ심상정은 물론이요 선거판에 얼굴을 조금이라도 판 사람들이 이 논리에 합세했다. 합법정당이라면 선거라는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는 게 맞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임할 것인지를 말하는 사람들은 없다. ‘비례후보도 내야하지만 당원 직선이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니 비대위안으로 가자고 심상정은 말했다. 아무리 정치적 수사가 곁들여진 말이긴 하지만 대안야당의 예비내각 형태를 띤다는 예비후보를 주진들의 찬반 여부도 묻지 않고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본사의 지침과 너무 흡사하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시기가 촉박하니 일단 넘어가자는 말이다. 자기네들이 좋고 잘 나서 따라서 나온 줄 착각하고 이런 각본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지 않은지 모르겠다. 급박하다는 상황논리와 효율성이란 첫 단추를 갖다 대는 순간 원칙과 도덕은 설자리가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전과자라도 경제면 만사형통’이라는 이명박 식 논리와 뭐가 다른지 난 이해할 수 없다. ‘싸우다가 닮는다’는 말처럼 인간기계들과 너무 닮아간다. ‘파선하고 있으니 나를 따르라’면 다 따라갈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발적으로 진보정당에 입당한 수 만 명의 당원들이 이 정도 상황 판단도 못할 정도로 ‘판때기 모르는 지도 대상’으로 안 다면 착오의 증상이 너무 심하다. ‘선거 전 창당, 선거 후 제대로 된 창당’이라고 심상정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마치 상륙작전을 지휘하는 군인을 방불케 한다.
명색이 민주노동당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사람들이 비바람이 심하니 피할 생각으로 임시로 사용할 가건물 짓듯이 하는 것은 잘못이다. 당장 집살 형편이 못되면 월세라도 구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보여줘야 월세 구하는데 정성을 보태고, 새집 짓는데 함께 할 것 아닌가? 새로운 진보정당은 ‘리모델링이 아니라 재건축’이라고 해 놓고는 이게 무슨 짓인지, 주인을 완전 졸로 아는 전형적인 군바리들의 습성이다.
이런 꼬락서니 보려고 탈당한 게 아닌데 못 볼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에 실을 묶고 사용할 수는 없건만 직업운동꾼들이 설치는 꼴이 가관이다. 뒤에서 몇 명이 모여 작당 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를 통한 평가’를 받으려면 공약과 정책을 다듬어야지 단순한 활용으로 그친다면 유권자들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알아야 할 텐데 ‘선거에 목숨’ 거는 걸 보니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이번 총선에 노회찬ㆍ심상정이란 대중스타가 있는 신당파가 유리할 수도 있겠지만 동반몰락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군인들이 설쳐 제대로 되는 꼴을 못 봤건만 다시 보고 있으라고 우기니 너무 심한 고문이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주교는 이단? (0) | 2008.02.29 |
---|---|
성폭력에 침묵하는 여성들 (0) | 2008.02.29 |
무식이 용감 (0) | 2008.02.29 |
천대하면서 같은 민족이라고? (0) | 2008.02.29 |
진보정당 창당과정 걱정된다. (0) | 2008.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