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사람보다 일 중심으로 생각한다?

녹색세상 2008. 2. 15. 13:44
 

  모 당직자가 ‘어느 당원이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린 사람보다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환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여성은 출마 의향이 있다는 사람으로부터 회의 도중 폭력을 당한 피해자인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절망감에 빠져 있었는데 ‘사람보다 일을 중심을 생각한다’는 말에 충격이 컸음은 두 말할 나위없다. 시간이 지난 후 당기위원회에 제소를 해 가해자는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피해자에게 실언을 한 당직자를 만나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별 생각 없이 한 것 같다’고 하기에 ‘피해자 중심의 사고를 하라’며 상처받은 사람들이 겪는 충격이 얼마나 큰지 조심해서 말하라고 했다.

 

 


  ‘한 생명은 온 천하보다 소중하다’고 예수는 말했다. 이 보다 더 사람에 대한 귀한 표현을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구약성서 창세기 처음은 ‘하느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인내천’ 즉,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한 동학의 철학과 다르지 않다. ‘사람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사기다. ‘사람을 위해 모든 게 존재’ 함에도 불구하고 일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은 분명 기만이다. 성질 꼬장하고 깐깐한 인간들이 일을 잘 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자신의 능력이 남보다 낫다보니 교만하고 남을 얕잡아 보기 마련인 게 인간의 자연스런 본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람이 일을 하지 일이 일을 하는 게 아님’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사람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할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사람을 가벼이 여기며 계산기 두드리는 것을 보면 씁쓸한 뿐이다. 더구나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능력을 들먹이며 ‘일 중심’을 말하는 것은 새로운 폭력이다. 주먹질을 하고 몽둥이찜질을 해야만 폭력으로 생각하는 가해자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랑과 포용’의 문화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세치 혀를 조심하라’는 성서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고 ‘말이 사랑을 죽이기도 하고 살릴 수도 있음’을 몸에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자신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