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웃기는 김창현 씨와 자주파의 착각

녹색세상 2008. 2. 11. 17:15
 

  지난 2월 3일의 당대회에서 비대위 당혁신안을 부결시킨 뒤, 김창현 씨는 ‘비대위의 대선 평가안에 포함된 내용’이 ‘자신들의 존립기반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자주파의 존립기반이라는 내용이 당의 강령과 당헌당규에 위배되면 당연히 버려야 한다. 자주파는 당의 존립보다 한 종파의 존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다. 민주노동당의 강령과 당 전체의 존립보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자주파의 존립이 자주파의 수장들과 그 세력에 기대어 정치하는 당정치가들과 민주노총이나 전농의 지도자들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아직도 패권주의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 자주파 사중 중의 일원인 김창현 씨


  자주파가 가진 사상과 정치활동 노선의 내용이 더 이상 남한의 진보운동을 지도할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다 드러났다. 그들이 민주노동당으로 들어오기 전 상황을 보면 안다. 그들이 장악한 대학생과 청년학생조직, 각종 민중운동단체와 그 연합인 전국연합이 대중적인 영향력을 늘여가기보다 정치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진보운동을 고립시키는 역할만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들마저 사멸하는 과정에 들어서 있었다. 상대적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영향력과 남한 진보운동에서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었다. 당연히 민주노동당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사멸하는 과정에 있는 자주파가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노선을 대중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자주파가 집권한 민주노동당의 일상 활동은 전국연합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고 두 번의 큰 선거인 2년 전 지방의회선거와 지난 연말 대선은 참패로 끝났다. 이 정도면 자주파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인 민주노동당의 존립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지난 20여 년 간 지속해온 낡은 사상과 노선을 버려야 했다. 그런데 자주파의 존립을 위해서 낡은 사상과 정치활동 내용을 버리지 못하겠다니, 나아가 대선참패도 인정할 수 없다니, 코메디도 이런 코메디가 없다. 자주파의 존립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주파를 이끌어온 사상ㆍ정치적 지도자들인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 싫어서라고 하는 것이 솔직하다. 성찰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행위다


  북한정권과 조선로동당의 정치적 행위는 남북한 주민들의 삶과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남한의 정치세력들은 그들의 행위를 어떻게 보는지 정치적으로 발언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북한정권과 그들의 당으로부터 독립된 당임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데도 자주파는 북한정권과 그들의 당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자신들의 노선과 사상을 민주노동당의 강령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20여 년 전 자주파의 한 후배가 ‘남한의 파쇼가 아니라 미국이 우리의 진짜 적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같이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나는 잘 몰랐지만 이른바 반미자주화투쟁 중심론 이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 걸. 미국이 남한의 보수세력보다 힘이 세긴 세지. 그런데 너는 남한의 보수세력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 우리 진보세력의 힘과 실력으로는 미국이 나설 것도 없을 것 같아. 우리가 남한의 보수 세력을 이길 실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인 것 같은데.’ 라고 응했더니 그 후배는 같이 할 수 없음에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들의 반미자주화투쟁 중심노선은 결국 자주파가 미국으로부터 자주를 내세우는 보수정당, 특히 그 가운데 자유주의적 개혁 세력과의 연대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게 했다. 그 결과 노동자 민중의 당이 가진 독립적인 정치활동의 중요성을 줄곧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했고 민주노동당의 창당과정에서 그들 다수가 참여하지 않은 정치적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 후 자신들의 판단이 틀린 것이 드러났지만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자주파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하면, 자주파는 당을 모른다. 좌파동지들이 대거 탈당하더라도 민주노총과 전농 등 대중조직의 간부들과 민주노동당의 권력에 연연해하는 일부 정치가들을 모아 자신들만의 힘으로 당을 계속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착각은 자유다. 그러나 현실은 착각보다 힘이 세다


  정강정책과 활동가 대오만 있다면 당이 되는 줄 아는가? 그게 된다면 전국연합이 실질적인 당 역할을 하려는 자주파들의 계획이 무산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옛날의 한국노동당도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남한 민중으로부터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활동가 숫자만으로 되는 줄 아는가? 대중조직의 지지만으로 되는 줄 아는가? 김창현씨와 자주파 수장들은 알아야 한다. 자신들의 정치적 존립을 지금 이 순간에도 위태롭게 하고 있는 것은 북한정권과 남한의 자유주의 분파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한 자주파의 사상과 노선의 핵심적 내용, 바로 그 자체라는 것을. 결국 그들이 자주파의 핵심적 사상과 노선을 버리지 않는 한 그들의 정치적 미래는 없다는 것을. 당연히 자주파가 장악한 민주노동당도 존립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을.


  솔직히 나는 민주노동당이 창당되는 그 순간부터 그들과 노선투쟁을 했다. 그들이 다수파가 되어 당을 장악해도 그렇게 겁나지 않았다. 낡은 것은 낡은 것이니 아무리 버텨도 한계가 있다. 끝까지 민주노동당으로 함께 갈 수 있으면 자주파와 같은 낡은 사상 노선을 극복할 자신이 있었다. 그것이 신당파나 쇄신파 일부 동지들과 내가 생각이 다른 이유다. 나는 정치가들과 정파활동가들은 다 믿지 않지만 대중들은 믿는다. 민주노동당의 진정한 다수파는 그들이다. 그들이 언젠가 지난 20여 년 간의 낡은 정파 질서를 넘어설 것이라고 믿었다. 기다리는데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 더 이상 당원으로 남아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지난 당 대회는 당의 강령을 정면으로 공공연히 위배한 자주파의 쿠데타였다. 당 대회와 중앙위원회를 장악한 소수의 직업 군인들이 다수 당원들의 뜻을 대변하기보다 자신들의 직업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것이다. 이런 경우 당강령의 기본정신을 위배하고 민의를 왜곡한 직업적 군인들을 심판할 수 있으려면 당대회와 중앙위원회를 해산하고 당개혁안을 당원총투표에 부쳐 싸울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당원들의 의사를 왜곡한 자주파 수장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민주노동당의 존립보다 정파의 존립을 우선한 그들 종파주의자들을 당에서 추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당헌당규로는 그럴 방법이 없다. 이제 내 바람과 무관하게 민주노동당은 남한진보정당운동의 대표조직으로서 자격을 상실하였다. 나는 쿠데타 세력에게 나의 소중한 당비를 바치고 싶지 않다. 일단 나는 당비를 정지시키고 이어서 탈당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 조선로동당과 남한의 자유주의 정당으로부터 독립된 노동자 민중의 당을 위해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몰론 그 전에 마지막으로 지역에서나 직장에서 나를 아는 당원들과 함께 이번 당 대회의 의미와 자신들을 대변한 대의원들이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 공유할 것이다. 자주파가 민주노동당의 기본 가치와 정신, 그리고 당심과 민심을 훼손하면서 지키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할 것이다. 당의 혁신을 위한 요구들은 자주파의 존립을 무너뜨리는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요구들이 관철되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의 역사적 의의와 존립이 위태로운 것이었다. 당원인 나는 정파의 존립을 위해 민주노동당의 존립과 역사적 의의를 위태롭게 한 그들을 용서할 수 없다. 종파의 존립을 위해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 역사적 죄과를 역사와 민중이 심판할 것이지만 그보다 당원들이 먼저 심판하게 힘쓸 것이다. (2월 5일  이호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