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제 살을 갉아 먹는 진보

녹색세상 2008. 2. 2. 13:41
 

  ‘지금 이대로 가면 진보는 스스로 망하고 만다.’는 어느 활동가가 쓴 글이 기억납니다. 살을 갉아먹는 야근에다 특근까지 해 가면서 번 대기업 생산노동자들이 자식들 사교육비에 아낌없이 쏟아 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의 기간활동가들 중에도 의무교육도 마치지 않은 자식을 몇 년씩 유학 보내 ‘영어’ 몇 마디 하는데 생돈 퍼부으면서도 ‘공교육’ 문제를 들먹입니다. 심지어 어떤 정신 나간 인간들은 참교육의 신념 하나로 살아가는 교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영어 잘 하게 할 수 있느냐’며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칼 막스도 자식에게는 피아노 개인지도를 시키고 프랑스어 사교육까지 시켰다고 하니 자식 문제만은 큰소리치지 못 하게 부모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는 ‘민중해방, 평등세상’을 부르짖는 사람이 뒤에서는 호박씨 까는 소리를 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남한 진보 진영은 스스로 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일반적인 부모들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며, 지금 보다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렇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앞뒤가 다른 말을 해서는 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사교육 시켜서라도 ‘내 자식만은 잘 키우겠다’면 조용히 떠나야지 직위를 갖고 있으면 안 되죠. 앞에서는 ‘세상을 바꾸자’고 큰 소리 치면서 뒤에서는 엉뚱한 짓거리 해대는 것은 남들을 기만하는 것이죠.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없는데 곧 들통 날 짓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멍청한 처신이죠.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 짓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