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꼬리 내린 영어 공교육 방안

녹색세상 2008. 1. 28. 22:30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강한 의지를 보였던 영어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반대 여론이 부딪혀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까지 “왜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하느냐?, 영어 사교육비가 없어지겠느냐?”는 등의 문제 제기가 일자, 애초 예고했던 영어능력평가 대상을 대폭 줄이는 등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중 일부 알맹이가 빠지게 된 것. 이동관 대변인은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영어 교과목 이외에 다른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인수위 차원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힌 적이 없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이동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자료사진).


이 대변인은 “다만 자립형 자율학교, 국제화특구 내의 학교 등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학교는 이미 자율적으로 몰입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국가적 지원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듣기ㆍ읽기ㆍ말하기ㆍ쓰기 등에 대한 전면적 테스트를 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인수위는 당초 듣기ㆍ읽기부터 시작해서 점차 평가 영역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영어 능력을 듣기ㆍ읽기 등 영역으로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고, 듣기ㆍ읽기ㆍ말하기ㆍ쓰기 등 4가지 영역에 대한 평가는 이르면 2015학년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인수위, ‘오해의 씨앗’ 먼저 뿌렸다


 인수위는 이날 강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영어몰입교육’ 등에 대해 “인수위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지만 ‘오해의 씨앗’은 인수위 내부에 있었다. 지난 22일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경숙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영어 교육 방식을 획기적으로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몰입교육 방안은 24일부터 제기됐다. 인수위가 도시와 농촌 간 영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영어 몰입교육을 농어촌 지역 고교에서 시범 실시하고, 자율형 고교인 ‘기숙형 공립고’와 ‘자율형 사립고’에서 우선 도입해 추진할 계획임이 알려졌다25일 이주호 사회교육 문화분과 간사는 PBC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많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서 세계사나 과학 이런 부분에 대해서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영어몰입교육 도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몰입교육을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실시하고 특히 아시아에서 몰입교육을 하는 국가들이 많이 있다. 그 차원에서 저희들도 몰입교육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몰입교육의 경우 전국 단위로 일시에 실시하기는 굉장히 힘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어느 지역, 어느 학교, 이런 식의 시범실시 이런 형태로 가야 된다. 그것을 아무래도 농어촌 중심으로 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영어몰입교육 추진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이 간사는 지난해 10월 대선에 앞서 발표한 ‘이명박 후보의 사교육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에서 영어 전용 교육과정 운영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간사는 ‘장기적’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영어 과목 이외에도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집중교육과정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양성, 교육과정개편, 수업교재 등을 준비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이 간사의 입장과 거리를 뒀다. 이 대변인은 이 간사의 발언에 대해 “어떤 곳에서 이야기한 것인지 모르지만 공식 브리핑에서 발표된 것은 아니다”며 인수위와 선을 그었다.


수능 영어 시험과 영어능력평가, 달라지는 점은?


인수위는 또한 지난 22일 “2013학년도부터 영어 과목을 수능에서 제외하는 대신 상시적으로 응시가 가능한 영어능력평가를 실시, 점수를 등급으로 평가하겠다.”며 영어평가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이 간사는 “단순한 문제풀이식이 아니라 언어능력 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말하기·쓰기 등을 평가하기 위한 수업 방식, 영어 교사 임용 방안 등이 문제되자 2013학년도부터 듣기ㆍ읽기를 우선 평가대상으로 삼고 2015학년도부터 말하기와 쓰기를 포함한 영어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인수위가 ‘단계적 도입’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듣기와 읽기 영역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평가 대상 측면에서 등급제로 운영되는 현행 수능시험과 달라지는 점이 없다.


이 대변인은 이에 대해 “상시적으로 응시할 수 있는 점이 수능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란이 됐던 ‘영어교육요원’ 도입에 대해 “영어 교사와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인 방안 중 하나”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서 그들을 영어 교육에 활용할지는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호 간사는 이날 오전 열린 간사단 회의에서 “영어교육요원을 인수위 차원에서 검토한 바 없다”며 “1년 전에 법안으로 제출한 내용”이라고 축소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이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