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청구성심병원, 간호사가 두 번 자살한 하얀거탑...

녹색세상 2008. 1. 26. 23:50
 

 

  서울 은평구에 소재한 청구성심병원 간호사 자살 시도의 배경에 병원의 가혹한 노무관리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청구성심병원에서 근무하던 이모 간호사는 자신의 집에서 약물과 주사기를 이용해 자살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경 출산한 이 간호사에게 자살은 쉽지 않은 결심이었으나 극도의 정신적 불안상태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이 간호사는 약물을 마신 후 아이의 사진을 보다 극적으로 마음을 돌려 다른 방에서 자던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후 이 간호사는 이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병원 측에서는 보호자가 입실해 있는 것을 조건으로 3인실에서 입원하도록 했다. 이 간호사가 안정을 취하는 것 같다는 판단이 들자 보호자는 주말을 이용해 집에 다녀왔다. 다음 날인 21일 병실로 돌아온 보호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실에 있어야 할 이 간호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보호자는 결국 복도 화장실 한 쪽에서 오렌지 주스 병을 깨뜨려 그 조각으로 자신의 손목 부위에 상처를 낸 이 간호사를 발견했다.


      작년 10월 엄마 됐지만, 병원 횡포에 자살 결심해


▲권기한 분회장을 사이에 두고 병원 측과 노조 측이 맞붙었다. 양측이 몸싸움을 벌인 가운데, 은평경찰서에서 출동한 경찰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있다.

 

  이 간호사는 청구 성심병원 노조에서 사무국장을 지낼 만큼 책임감도 높았고, 응급실 책임간호사로 지망되는 유능한 간호사였다. 그렇지만 심한 정신적 압박을 견디지 못 해 괴로움과 고통을 호소하던 중 자살을 결심하고 말았다. 이 간호사는 한 병원의 폐쇄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내가 죽어야 해결될 것 같다”면서 여전히 병원 측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년간 응급실에서 근무해 오면서 온갖 잡일과 부당 대우에도 꿋꿋했던 그녀가 ‘자살’을 선택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해 12월 13일 발생한 사건에 있었다.


  청구성심병원 노조 측에 따르면 병원 측은 주말과 야간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당직 의사를 고정직으로 두어야 함에도 일일직으로 두었고 이러한 운영이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에서 드러나 시정요구를 받았다. 이들 일일당직은 낮에는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지만 청구성심병원 측의 요구에 의해 임시로 응급실 당직 역할을 해 준다. 일일당직 의사를 섭외하는 것은 응급실 간호사들이며, 병원 운영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당직의들은 간호사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일일당직의가 의사의 특권 의식과 간호사와 주종 관계적 특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일방적인 폭언과 폭행은 물론, 사고 발생 시에 무책임한 태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응급실 간호사들은 이중 삼중의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3일, 응급실 당직의사가 이 간호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했다고 노조 관계자들은 전했다. 당시 환자에게 항생제 투입 횟수 여부를 두고 의사의 지시를 재차 확인하려 했던 이 간호사는 담당 의사로부터 핀잔을 듣는 수준을 넘어 집어던진 차트에 머리를 맞고, 의사가 직접 몸을 밀치는 등 폭력을 당했다고 한다. 청구성심병원 노조 관계자들은 “환자들이 보든 말든 의사가 고성을 질러된 것으로 안다”면서 당시 험악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 간호사가 업무상의 질책 이상으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이 취한 태도는 이 간호사의 자살 시도에 직접적인 발화점이 됐다. (참세상/윤보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