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인수위 공무원 감원7천명, 부처 통폐합

녹색세상 2008. 1. 20. 03:52
 

  이명박 정부의 조직이 16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의 18부4처 중심의 조직이 13부2처로 30% 가량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7천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감축되며, 4900억원의 예산도 절감된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정부조직이 더 줄어들고 공무원 감축내용까지 포함돼 있어, 향후 폐지되는 부처와 이익단체, 공무원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부총리제도를 없애고, 청와대를 정점으로 한 대통령 직할체제를 강화시킨 점이 눈에 띈다. 또 ‘친기업적’을 표방한 정부답게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시스템도 마련됐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헤쳐모여…18부4처→13부2처로”


  이날 인수위가 내놓은 정부 조직개편안의 핵심은 ‘효율을 내세운 작고 강한 정부’다. 이를 위해 겹치는 부처 기능을 통폐합하는 ‘헤쳐모여’식 대(大)부처 중심체제로 개편됐다. 인수위가 이날 내놓은 개편안을 보면, 우선 현재의 2원18부4처18청10위원회가 30% 가량 크게 줄어들어 2원13부2처17청5위원회로 바뀐다. 7개 부처(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통일부, 국정홍보처, 기획예산처)가 사라지고, 부처 이름도 상당수가 바뀐다.


  우선 2원은 ▲감사원 ▲국가정보원이다. 국가정보원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빠졌다. 대신 별도로 조직개편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형준 인수위 기획총괄위원은 "국정원의 경우는 현재 조직개편 작업을 따로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이번 개편에선 빠졌다"고 말했다. 13부는 ▲기획재정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인재과학부(교육부+과학기술부 일부) ▲외교통일부(외교통상부+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행정자치부 개칭) ▲문화부 ▲농수산식품부(농림부+해양수산부의 수산부문) ▲지식경제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일부+과학기술부 일부) ▲보건복지여성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환경부 ▲노동부 ▲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의 해운기능)다. 또 2처는 ▲법제처 ▲국가보훈처다.


  17개 외청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검찰청, 병무청, 방위사업청, 경찰청, 소방방재청, 문화재청, 해양경찰청, 중소기업청, 특허청, 식품의약품안전청, 기상청, 산림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이다. 5개의 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이다.

 

 


  부처 숫자로만 따지면 전체 22개 부처에서 15개 부처로 줄어 30%가 줄었다. 또 416개에 달하는 각종 자문위원회도 절반이상인 215개가 사라진다. 법률로 한시적으로 설치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등 5개도 기간이 지나면 없어진다. 이에 따라 공무원 인력도 올해 안으로 6951명이 줄어든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부가 출연한 연구기관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실직은 되지 않는다. 박재완 인수위 위원은 “전체 감축되는 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출연 연구기관으로 움직이면서 민간인 신분이 된다”면서 “이들 이외 각종 위원회와 우정사업본부 폐지에 따라 공무원 인력이 3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비서실 등 축소…정예화하면서 권한은 강화


  또 대통령 비서실의 기능과 역할도 줄어든다. 현재의 비서실과 경호실을 ‘대통령실’로 통합한다. 경호실은 ‘경호처’로 바뀐다. 또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외교통일안보실장도 ‘대통령 실장’으로 합쳐진다. 현재 533명에 달하는 청와대 인력도 이 같은 통폐합으로 427명으로 20% 가량 줄어든다. 홍보수석과 인사수석 등은 폐지되고, 각종 자문위원회 등도 없어진다. 박재완 인수위 위원은 “청와대 조직이 그동안 너무 비대해져 정부부처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전체적으로 조직을 슬림화, 정예화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도 인력과 기능이 대폭 바뀐다. 박형준 위원은 “국무총리실은 인원만 따져도 청와대보다 많을 정도로 조직이 컸으며, 청와대와 정부부처 등과 기능이 중복되는 것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현재 624명의 인력이 300명으로 절반이상 줄어든다. 경제정책조정과 복권위원회 등의 업무가 새로 생기는 기획재정부 등으로 옮겨진다. 대신 규제개혁과 사회갈등, 위험의 관리 기능은 강화된다.


  경제부처를 뺀 나머지 부분에선 교육부가 폐지되면서 대대적인 수술 작업이 진행됐다. 교육부의 학생선발과 학사업무 등 핵심 기능이 민간과 지방으로 넘겨지고, 부처도 과학기술부와 통합되면서 ‘인재과학부’가 됐다. 기자실 폐지 등의 논란이 많았던 국정홍보처도 8년 8개월 만에 문을 닫고 문화부로 기능이 흡수됐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 막판에 폐지 쪽으로 가닥 잡은 통일부도 논란거리다. 당초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상징성 등을 감안해 유지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됐었다. 하지만 조직 개편 막판에 폐지 쪽으로 바뀌었다. 일부에선 이명박 식  개혁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로 사용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남북관계를 중시해왔던 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국회 협의 과정에서 막판에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재완 위원은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박 위원은 “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통일부를 유지한다는 어떤 결론도 없었다”면서 “국회 협상용 카드라는 관측에 대해선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할 체제 강화…특임장관 역할 주목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또 대통령의 직할체제가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경제와 교육 부총리 등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해온 부총리제도가 폐지되고, 청와대와 내각이 직접 소통하는 구조를 갖췄다. 따라서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됐다. 또 13개 부처로 줄어듦에 따라 별도의 특임장관 2명이 생긴다. 특임장관은 대통령의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관이다. 박재완 위원은 “구체적으로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해외자원 개발이라든가 투자유치 등 국가에서 반드시 필요한 국책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물론 정치와 관련해서 야당과 관계가 어려울 때 대야 협의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김종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