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온 편지] 심상정 비대위원장께 “당 사수파 만들어져야”
선장은 배가 침몰하더라도 맨 마지막으로 배를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먼저 할 일은 배가 침몰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게 안 되면 배에서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탈출하게 한 후에 맨 마지막으로 배를 떠나야 합니다. 영화에서 승객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침몰하는 배와 함께 가라앉는 선장의 모습은 감동스럽습니다. 하기야 이런 윤리가 없으면 선장의 말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심상정 비대위원장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합니다. 저는 그람시의 옥중수고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고 그의 심정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 앞에 무너지는 당 조직을 보면서도 이탈리아를 탈출하지 않은 그람시는 심 위원장님에게는 본보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상대책위원장
한 번도 민주노동당에서 선장다운 선장을 본 적이 없습니다. 권 대표는 항상 갈등을 봉합해왔습니다. 김혜경, 문성현 대표는 당권파에게 휘둘려졌습니다. 네덜란드에는 의회 안에만도 열개의 정당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 열 개의 어느 당보다도 대표의 힘이 없는 당입니다. 특히나 침몰 위기의 민주노동당호의 선장은 배를 구하기 위해 아래서 얘기한 선장의 사명을 따라야 합니다. 비대위는 일상적인 민주적 절차를 따를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이므로 선장의 명령은 일단 따라야 합니다. 거기에는 모두 ‘한 배에 탄 운명’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선장은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설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여유 있는 모습은 선원들의 긴장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일체의 시간 낭비가 없어야 합니다. 선원들의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합니다. 구멍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합니다. 친북당, 민주노총당, 정규직당, 데모만 하는 당 같은 이미지는 배의 구멍입니다. 명령에 불복하는 선원은 당장 그 임무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합니다.
선장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합니다.
선장이 죽으면 그 배를 살리는 건 어려워집니다. 선상 반란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배를 살리고 선장은 죽는 수도 있습니다. 선장이 배를 살린다면 선장은 계속 선장으로 남아야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좋은 본보기입니다. 96년 정계 복귀할 때 당선 가능성이 낮은 비례대표 자리에 나서 당원들에게 절박한 상황임을 웅변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비록 한 석차로 국회의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하였습니다.
사실 대통령이 될 꿈이 없었다면 그는 그 욕을 먹으며 정계에 복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1997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선장은 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자리에 서 있어야 합니다. 지역구 출마는 심상정 위원장님에게는 사치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걸 알면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질 당의 후보들을 이끌고 지역구로 나오는 것은 결사항전을 각오한 장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옥중에서 당선되는 것도 가능한 것이 정치입니다. 아무런 사심 없이 총선에서 당의 대표로서 그 역할을 다하길 바랍니다. 당 대표가 지역구에 온 힘을 기울였던 2004년과 지금은 당의 사정이 다릅니다. 구멍을 막았다고 배가 먼 길을 항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수리를 해야 합니다. 배를 침몰지경으로 이끈 자들은 분명히 징계 처리되어야 합니다. 선장은 배를 빙산 투성이 길이 아니라 안전한 항로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낡은 항로(노선)는 폐기되고, 당내 민주주의를 되살려야 합니다.
당 사수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배를 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람이 배를 떠난다면 선장은 그를 설득해서 되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선장은 선원들에게 상황을 정확히 밝히고 선원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솔직히 얘기하면서 희생을 요구해야 합니다. 심상정 위원장님은 민주노동당의 최대 위기시기에 선장이 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을 지키려는 자들은 심상정 주위로 모여야 합니다. 그들이 당 사수파가 되어야 합니다. 사수파는 심상정의 지휘를 거부하는 자들에게 철퇴를 가해야 합니다.
당의 미래를 절대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결정을 한 후에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저는 당 사수파가 될 것입니다. 당내 정파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당 사수가 아니라 역사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당 사수파가 되겠습니다. 총선 후 웃는 얼굴로 만나 뵙기를 바랍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장광열/유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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