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중앙위 인준표결 255명 중 찬성 178, 반대 78
민주노동당이 12일 ‘심상정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민회관에서 연 중앙위원회 인준표결을 통해 심상정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뽑았다. 대의원 255명이 투표해 찬성 178표(69.8%), 반대 78표, 무효 2표, 기권 1표였다. 일부 중앙위원들은 합의 추대가 아니라 표결을 통해 비대위원장이 뽑힌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 중앙위와는 달리 평등파쪽은 종북주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평등파에서는 “심상정 의원이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 12일 중앙위원회에서 비대상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사진:진보정치 정택용 기자)심상정 울먹인 수락연설... “강력한 진보야당 건설”
심상정 위원장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역사의 제단에 바친 많은 동지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당은 창당 이래 가장 준엄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맞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는 당원들과 국민들께 머리 숙여 송구스런 말씀을 드린다.”고 수락연설을 했다. 심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당에 최후통첩을 보냈다”며 “비대위 출범은 당의 낡은 요소를 성역 없이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이라며 “또 믿음직한 진보로 거듭나겠다는 제2 창당의 시작을 알리는 대국민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심 위원장은 종북주의 문제에 대해 “많은 쟁점들 즉 패권주의ㆍ종북주의ㆍ주관주의는 선언적 규정이 아니라 실천과 사업을 성역 없이 편견 없이 평가과정을 통해 정립해나갈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비례대표 선출문제에 대해서는 “신망 있는 분들로 공정하고 독립적인 평가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선을 통해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87년 체제는 종식됐다”며 “이명박 정부가 약육강식 체제를 강요하고 있으나, 신보수주의의 대통합민주신당과 그 아류인 창조한국당으로는 이에 맞설 수 없다”며 “민주노동당을 강력한 진보야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중앙위원회는 비대위 임무를 17대 대선평가사업, 당 혁신사업, 총선 대책사업 등으로 정하고, 비례대표 전략공천권을 비대위에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습안도 272명 투표에 161명 찬성(59.1%)으로 통과시켰다. 논란이 됐던 비례대표 공천문제는 회의 초반, 강경 자주파에서 비대위에 전략공천권을 줄 수 없다는 수정안을 냈으나 표결 끝에 부결됐다. 일부 중앙위원은 1월 중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주장했으나, 심 위원장은 “보름 안에 비대위원을 구성하고 혁신안과 전략 공천 안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능한 빠른 시점에 열겠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날 전당대회는 분당사태를 막아야한다는 다수 중앙위원들이 강경자주파와 신당파를 억제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례대표 전략공천권을 심 위원장에게 넘겨 줄 수 없다는 강경자주파는 자주파 내부에서, 종북주의 문제를 제기한 신당추진파는 심 위원장이 설득한 셈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략공천권을 비대위에 넘긴다는 수습안은 자주파내 인천연합 쪽에서 주도해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략 공천 안이 당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벌어질 경우, 전당대회에서 다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강경 자주파의 한 중앙위원은 “만약 당원권한을 침해해서, 당헌변경을 해야 할 경우, 당내 구조상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열리는 관악구민회관 앞에서는 신당 창당을 주장하고 나선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을 규탄하는 일부 당원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평등파 “지켜보겠다”면서도 다소 불만... 자주파 “이 정도면”
지난해 12월 29일 중앙위원회에서 무산됐던 비대위가 진통 끝에 출범하면서, 탈당과 신당창당 흐름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중단된 것은 아니다. 종북주의 문제를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조승수 진보정치연구소장은 중앙위 결과에 대해 “심 위원장이 애초 약속대로 종북주의 문제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에, 전당대회 때까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개최시점은 애매하게 정리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평등파의 최대그룹인 ‘전진’모임의 김종철 집행위원장도 “이제 비대위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종북주의 문제를 다뤄나가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일부 평등파 중앙위원들은 “심상정 위원장이 종북주의 청산문제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주파 쪽에서는 심 위원장의 종북주의언급에 대해 “무난하게 정리한 것 같다”며 수긍하는 모습이다. 자주파 쪽 한 지구당 위원장은 “종북주의와 다른 문제를 함께 언급했고, 그것을 편견 없이 성역 없이 취급하겠다고 했는데, 정치적 감각을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부산지역에서 당원 52명이 탈당하는 등 탈당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출범했으나, 여전히 자주파와 평등파는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심상정 비대위는 험난한 항해를 시작했다. (오마이뉴스/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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