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보기 좋은 데이트 장면

녹색세상 2008. 1. 17. 13:04
 

  대구시내 지하철1ㆍ2호선 환승역이 있는 반월당 지하 광장이 노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바뀐 지 이미 오래다. 오후 6시까지는 거의 어르신들 차지고 그 후에는 젊은이들로 물갈이가 된다. 사별하거나 각종 사연 있는 분들이 나이 들어 재혼하는 게 흠이 되지 않는 세월이다. 오히려 자식들이 ‘좋은 분 만나시라’며 미팅 주선을 하기까지 할 정도다. 며느리라 자식들이 아무리 잘 해 드려도 부모님들의 가슴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허전한 구석을 채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 대가족 속에서 이혼과 사별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드라마.


  오늘 아주 보기 좋은 한 쌍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했다. 두 분 다 곱게 늙은 흔적이 보이는 ‘고운’ 분들인 것 같다. 주름살이 흠이 아니라 삶의 연륜 같아 보였다. ‘얼굴이 조금 어둡다’는 것 말고는 흠 잡을 데가 없어 보였다. 어두운 시간인 저녁 6시가 넘도록 정답게 얘기하고 앉아 있는 걸 보니 ‘정다운 사이’임에 분명한 것 같다. 오늘도 헤어질 때는 ‘이별이 아쉬워’할 사이다. 너무 보기 좋아 오가면서 몇 번이나 봤다.


  할머니가 세련되게 한 화장이며 옷 입은 자태가 나는 게 젊을 때는 한 인물하신 분 같아 보인다. 저 정도 외모라면 사내들 애 간장 많이 태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두 분의 사이가 이런 곳에서만 만나지 말고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드러내고 만나는 관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쳐다보는 내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 두 분의 마음이야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