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세상에 밥 한 그릇도 공짜는 없습니다.

녹색세상 2007. 12. 16. 03:36
 

“사진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권 후보님 최선을 다해서 안위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기자님도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오늘 기분 좋은 답장을 받았습니다. 자료 보내줘도 아무 말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권영길 후보를 경호하는 경찰관들에게 ‘기념으로 간직하라’며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냈더니 위와 같이 회신을 보냈습니다. 외신 기자들처럼 야광조끼를 입고 이리저리 설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조금은 독특해 보였나 봅니다. 눈에 띄라고 조끼를 입은 게 아니라 사진 찍는데 몰입하다 보면 사고가 날지 몰라 ‘내가 눈에 보이면 조심해 달라’고 입었는데 인터넷 신문 기자인줄 알았나 봅니다. 이러면 더 보내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세파에 시달려 보거나 삶의 굴곡을 겪어본 사람들은 ‘밥 한 그릇도 공짜가 없다’는 말을 합니다. 밥을 사거나 술을 살 때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너무 냉정한 말일지 모르나 얼굴 안다고 그냥 밥 사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합니다.

 

  ▲ 한 장면 찍으려면 경쟁도 치열해 언론사 기자들과 부딪치기도 합니다.


  어슬픈 솜씨이긴 하지만 최근 다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필름사진기를 손 놓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디지컬사진기에 적응하려니 좋은 점도 있지만 기능을 익히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배우면서 행사나 길을 가다 좋은 장면이 있으면 찍곤 합니다. 처음엔 예비 건전지를 챙기지 않아 사진을 못 찍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전날 사용한 충전용 건전지를 반드시 충전하고 예비 건전지도 확인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합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그냥 달라’는 투의 말을 던지는 사람들을 봅니다. ‘수고했다’는 말은 커녕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할 때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도 납니다. 단체 행사에 찍은 것이니 조직에게 내 놓는 게 조직구성원의 도리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대통령 선거 기간 중 새벽에 몇 장면 찍으려면 예비 건전지 이상은 없는지 만반의 준비를 해 상태를 확인하는 등 사전에 많은 공이 들어가야 합니다.

 

 ▲ 전자우편으로 보낸 사진 잘 받았다고 답장 보낸 권영길 후보 경호원들입니다.


  후보나 선대위원장 유세 때 시민들을 만나는 장면을 찍으려면 앞에 가서 위치도 미리 확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언론사 기자들과 경쟁도 불사해야 합니다. 좋은 사진이 나올 경우 필요로 하는 사람은 값을 지불하고 사기도 하고요. 대학비정규교수(시간강사)가 강의를 하려면 교재 연구와 준비에 많은 시간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강의한 시간만 인정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야단을 치면서 정작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한 수고의 대가는 무관심한지 모를 일입니다.


  ‘아는 사이에 뭘 그러느냐’고 하는 것은 노동의 대가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잘못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어느 모임에 가도 사진기는 ‘늘 누가 갖고 온다’는 안일한 생각에 확인을 하지 않아 낭패를 겪는 경우도 더러 봅니다. 몇 달에 걸친 연수를 마치고도 전날 확인을 하지 않아 기념사진을 못 찍는 경우도 겪었습니다. ‘해 주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에 모든 고생은 녹아 버리고, ‘사용 잘 하겠다’고 하면 기분 좋아 더 잘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죠. 아무리 사소하지만 흘려버리기 쉬운 것을 잘 챙기는 사람이 큰 것도 잘 챙기는 것을 봅니다.


  남의 노력이라 노동의 결과물을 이용할 때 정감 어린 말 한 마디 빠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거기에다 ‘누가 찍은 것이다’는 말 몇 자 적어주면 더 좋고요. 세상을 바꾸는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들 보다 못해서는 안 될 일이죠. 이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한 자료는 공유하려고 제 웹하드를 개설해 올려놓았습니다. 참, 권영길 후보 옆지기 강지연 당원 어린이집 방문 때 찍은 사진도 미루다 그저께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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