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남자들의 술자리 폐단

녹색세상 2007. 12. 14. 22:18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 끼리 학문연구에서 벗어나 밥상공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운동을 하고 있는 ‘연구 공간 수유+너무’의 고미숙 대표로부터 들은 얘기다. 처음 만난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도 풀고 서로에게 윤활유 역학을 하는 술자리, 특히 남자들의 술자리가 많은 폐단이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과는 달리 남의 얘기가 안주로 오르면서 불필요한 말이 나오기 시작해, 나중에는 공동체 질서를 흩트리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고미숙 대표의 말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소장 인문 사회학자들이 모여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와 학습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많은 연구 성과물을 만들었다. 지금은 신학자들까지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먹물들이 모인 곳이니 무슨 결정이나 판단을 할 때 ‘매우 합리적’일 것이라고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많은 결정과 선택기 ‘술자리에 어울린 회수’와 비례 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공사(公私)가 구분이 잘 안 되는 것은 먹물들이나 일반인들이나 비슷하다는 게 고미숙 대표의 말이다.


  단체나 조직이 건강하고 제대로 성장하려면 개인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정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히 일이 벌어졌는데 결정을 할 때 보면 평소 어울리는 것과 거의 비슷  하다는 것을 본다. 옛친구들 끼리 만나 지난 시절을 추억하며 보내는 동창회도 그렇지만 진보운동을 한다는 곳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조직 개편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실무자의 생각이 나와는 달라 사석인 술자리까지 공적인 일을 끄집어내는 것이 불편하긴 했으나 ‘쌓인 게 많은가 보다’ 싶어 그냥 넘어갔다.


  각 지역위원회를 돌며 설명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데 내가 조직 통합을 반대하는 말을 했더니 ‘그렇게 말해도 가만있더니 이럴 수 있느냐’고 항변을 했다. ‘개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넘어가려는데 의아하게 생각하기에 ‘수유+너머’ 고미숙 대표의 ‘남자들의 술자리 폐단’이란 말이 떠올랐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고치지 않으면 결코 건강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진보운동을 하는 조직은 더 철저하게 구분을 해야 하고. 구분하는 사람이 별종인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