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신이 안 나는 대선 장사와 좌익 걱정 하는 노인들

녹색세상 2007. 11. 29. 01:53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예비 후보에서 진짜 후보가 되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게 된 셈이다. 벌써 남자들의 술자리에 안주깜으로라도 오르내릴 선거 이야기가 어찌된 심판인지 이번 대선에는 거의 반응이 없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팔아야 할 물건이 시원찮아서 그런지, 대선 경기가 워낙 불경이라 그런지 모를 일이다.


  지하철 환승을 하는 반월당지하 상가에 단골 찻집이 있다. 성능 괜찮은 컴퓨터가 두 대 있어 작업하기 좋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우연히 단골이 된 집이다. 언제부터인지 반월당 분수대가 노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바뀌면서 셀프서비스인 커피숍임에도 노인들이 더러 보인다. 간혹 다정하게 얘기 나누는 연인 사이인 분들도 있고. 차를 마시며 컴퓨터 작업을 하는데 삼성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를 ‘배신자’라며 몰아붙인다. 자신이 근무한 회사의 비밀을 까발린 나쁜 놈이라는 게 그 분들의 논리다. 만일 그 분들에게 ‘내부 비리 고발자’ 보호를 들먹였다간 ‘짱돌 맞기’ 십상이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눈 내린 산처럼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하얗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험한 말도 갖다 붙여 가면서 목소리 높이는데 점잖은 분들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전화를 받는데 ‘권사님, 장로님’ 하면서도 목소리 높여 가면서도 주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떠든다. 간혹 ‘세상이 걱정이다. 좌익에게 빼앗긴 정권을 찾아야 한다’며 거의 거품 무는 수준인 노인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원수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예수의 말은 한낮 장식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다’고 한 바울의 가르침은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얼마 안 있으면 세상 떠날 분들임에도 ‘조국의 운명’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이제 연세도 들고 했으니 후세대가 하는 걸 지켜봄직도 하건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예전 잘 나갔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는지 미련이 많이 남은 것 같다.


  아는 분 가게로 가 보면 장사가 안 되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고민해도 안 되니 이젠 포기를 한 상태인 것 같아 보여 마음이 아프다. 중앙지하상가 민자유치 사업과 관련해 대구시와 6년 넘게 끈질기게 싸운 분들이라 다른 상인들과는 달리 세상을 보는 눈이 열려 있다. 강철이 되려면 수많은 담금질을 거쳐야 하듯이 투쟁 속에서 확 달라진 사람들이다. 자신의 삶에서 시작한 싸움에서 세상을 보는 눈이 열렸으니 어지간한 투사들 보다 낫다. 이 분들 역시 ‘이번 대선은 별로 반응이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보수화 되어 걱정’이라는 말을 한다. 분수대 부근의 ‘좌익걱정’하는 노인들 얘기를 전하면 ‘이제 그만 욕심내고 그냥 있어야 할 분들이 주책’이라며 그냥 웃고 만다. 왜 대선 선거 장사가 이리도 안 되는지 정말 고민이다. ‘될 놈 찍는다’는 사표 심리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라며 본격적인 장사를 해야 하는데 이러다 장사 시기 놓칠까봐 내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