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김용철 변호사 양심고백, 이번엔 진짜다.

녹색세상 2007. 11. 8. 12:08
 

‘국가 위에 존재하며 검찰과 정부기관을 주무르는 무소불위의 검은 손 삼성에 맞선 정의로운 몸짓.’


김용철 변호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지난 6일 전태일기념사업회가 설명한 올해의 전태일노동상 수상자다. 그는 지난 2월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가 선정한 한국의 양심수이기도 하다. 이 '정의'의 주인공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지금도 감옥 안에서 삼성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김성환 위원장은 1996년 이후 10년에 걸쳐 삼성에 노조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00년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2003년에 삼성일반노조를 설립한 그는 이미 삼성에 도전한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 지난해 교도소에서 찍은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모습. 현재 그는 흰 턱수염이 많이 늘었다.


삼성에 도전한 ‘정의’, 그는 지금 감옥에 있다


2005년 2월에 구속된 그는 현재 영등포 교도소에 있다. 2002년 7월 그가 내놓은 ‘삼성재벌 무노조 탄압백서’의 내용과 2003년 7월 울산 삼성SDI 노동자 분신 사건에 대한 그의 활동에 대해서 삼성이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유죄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 앞 1인 시위로 인한 공무집행방해죄 등 7가지 죄목으로 집행유예기간이었던 그는 모두 3년 5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2년 9개월째 복역 중이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인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은 처절한 그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지금까지 교도소에서 8번의 단식을 했다. 지난 7월에는 교도소의 취재 방해를 항의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는 의미로 17일간의 단식을 이어가기도 했다. 현재 교도소의 처우에 항의하며 9번째 단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부인 임경옥(47)씨를 통해 그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단식으로 해쳤던 그의 건강은 다소 회복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씨는 흰 턱수염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감옥에서도 투쟁을 포기 않는 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임씨는 “지금 삼성과 싸우고 있는 노동자도 많고 상황이 어려운데, 상을 받게 돼 송구스럽다”는 그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면회를 하며 자연스레 삼성 비자금 사건 얘기가 오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어떻게 바로보고 있을까?

 

▲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 2월 엠네스티가 양심수로 인정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의 석방을 촉구하며 청와대앞 분수대 부근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이번엔 진짜다”


-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어떻게 생각하나?

“김용철 변호사가 법조계를 관리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다. 재판 문제로 대법원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사법부가 아니라 삼성이 나를 구속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언론·정치·경제·시민단체를 관리했다는 김 변호사의 말은 그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삼성 재벌과 판검사가 결탁해서 날 의도적으로 구속한 게 아닌지 김 변호사에게 묻고 싶다.”


- X파일 때도 시끄러웠는데 진짜 핵심을 건드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 같나?

“지금까지 (양심고백에 나선) 노동자들이 돈에 매수되는 경우를 봐왔기 때문에 처음에 김 변호사가 나올 때 신경 안 썼다. 구속될 각오를 밝히고 유서를 썼다는 말을 들으니 그가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A급이다. 이번엔 진짜다. 보니까 정의구현사제단에 모두 다 밝힌 것 같다. 설사 그가 중간에 포기한다 해도 사제단에서는 끝까지 갈 것 같다. 삼성이 청와대까지 관리했다고 하니 하루아침에 벽이 허물어지지 않겠지만 폭로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임경옥 씨는 “국민들이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김성환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시민단체ㆍ노동단체도 그를 지지한다는 광고를 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단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한겨레신문에 김용철 변호사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의견광고를 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임씨는 “검찰에서 뇌물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을 달라고 하는데, 그것은 검찰에서 수사해야 게 아니냐”는 남편의 말을 전했다.


삼성비자금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


삼성의 무노조경영에 도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이니만큼 김 변호사가 언급한 삼성의 노조 설립 대응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삼성중공업 유령노조 사건과 관련해 상대 변호사를 회유, 매수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가 밝힌 ‘회장 지시사항’에는 2003년 9월 5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플라자 노조 설립 시도와 관련 삼성 플라자의 매각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무노조 경영을 강조하는 이건희 회장의 노조관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이렇다.


“삼성플라자뿐만 아니라 노조를 설립하려는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계속 있었다. 기자회견도 하고 여러 방식으로 제보도 했지만 기사화가 안 됐다. 이와 더불어 삼성의 회유와 탄압으로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묻혀버렸다.”


이어 그는 2004년 ‘삼성 SDI 휴대전화 불법 위치추적 사건’을 거론했다. 당시 그는 자신을 포함한 삼성 노동자들에 대한 삼성SDI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폭로하며 삼성 고위 임원들을 고소했다. 그는 “그 사건은 증거가 있었고 보도도 많이 됐지만 삼성에 대해선 기소유예로 끝났다, 이게 삼성에서 검찰에 로비한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삼성비자금 문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동자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노동자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검찰 등에 정기적으로 몇 백만 원 씩 주었다고 하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온 돈이냐? 노동자들이 일해서 나온 돈이다. 제일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자다. 또한 예전에는 기자들이 스스로 검열해서 삼성 노동자 기사가 별로 없었다. 삼성의 노조 설립이 어떻게 계속 꺾이는지 기자들이 이번 기회에 취재를 제대로 해야 한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그 결과는?


 “돈의 힘이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 않다.” 김 위원장이 자주 하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임씨에게 “기고 등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모든 걸 하겠다, 이 싸움 함께 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미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새진보연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범국민적인 대책위 차원의 독자적인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삼성재벌과 검찰을 새로 태어나게 하는 국민 저항운동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의 책 ‘골리앗 삼성재벌에 맞선 다윗의 투쟁’은 임경옥 씨를 통해 지난 5일 정의구현사제단에 전해졌다. 삼성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와 사제단의 도전에 김 위원장도 힘을 보탰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의 결과는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다. 성서에는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오마이뉴스/선대식 기자, 일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