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구현사제단 관계자.... 5일 ‘이건희 지시사항’ 폭로 예정
“삼성은 박정희, 전두환 독재시절 중정, 안기부와 같다. 군사정권의 무기가 고문이었다면, 삼성은 돈이 무기다. 특히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은 이건희 일가의 영구집권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삼성이 전략기획실을 해체할 때까지 목숨 걸고 싸울 각오가 돼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0월29일 오전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조성에 관한 양심고백 내용을 발표했다.
“김용철 변호사를 만났다는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삼성 쪽 편드는 얘기를 늘어놨다. 김용철 변호사는 정신이상자라는 둥, 돈 때문에 그런다는 둥, 가정사가 복잡한 사람이라는 둥 정말 악의적이었다. 말로만 듣던 삼성의 전방위 로비라는 게 이거구나 싶었다. 끔찍했다. 삼성그룹의 회유와 압박은 도를 넘었다.” 이 관계자는 “삼성의 관리를 받지 않는 대한민국의 핵심요직은 없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삼성의 로비력은 강력했다”며 “현직 정치인도 삼성그룹 로비에 나서 사제단을 설득하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돈 안 받으면 비싼 포도주를 줘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선언문을 보면,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 법원과 검찰, 언론 모두 삼성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이 관계자는 “현대판 우상은 권력과 돈”이라며 “역사는 뜻밖의 사건으로 바뀌게 되기도 하는데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바로 그런 계기”라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그룹 비자금 문제를 폭로한 뒤로 검찰 떡값 로비실태까지 드러났다. 다음 주 월요일인 5일 기자회견에서는 ‘이건희 삼성재벌 회장의 지시사항’을 폭로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이 정치권과 언론, 경제계 등으로 펼친 전 방위 로비백태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김인국 신부가 2일자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일단에 따르면, ‘지검이나 지방검찰 쪽은 계열사 사장이 맡고 중앙지검 쪽은 그룹차원에서 맡는다.’ ‘돈 안 받으면 비싼 포도주 줘라. 돈 안 받는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은 이렇게 하라’고 써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시민단체도 관리하라’ ‘검사 한 명당 500만~1000만원, 검사장급은 1000만 원 가량’ ‘법무부 장관, 차관도 로비의 대상이 된다’(이름은 없고, 급으로 나와 있다)고 써 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신부는 이 인터뷰에서 “앞으로 삼성그룹의 구체적인 로비 수법, 이재용 삼성그룹 전무의 재산 형성과정,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내역,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떡값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제단 “우리는 정말 삼성이 올바르게 잘 되기를 바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미 각본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대응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뒤로 물러설 추호도 없다.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는 삼성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겠다는 게 '하느님의 사명을 받은 제사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사제단의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87년 6월 사제단은 군사독재정권과 싸웠다. 많은 신부들이 안기부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군사독재정권을 끝장낼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는 목표가 있었다. 20년이 지났다. 우리의 각오는 그때와 같다. 어쩌면 삼성은 군사독재정권보다 더 지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말 삼성이 잘 되기를 바란다. 이건희 일가를 위해 삼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나. 삼성의 뜻에 반하면 죽는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다. 이걸 깨려고 사제단이 나선 것이다. 경제민주화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사제단은 경제민주화운동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단기간에 끝낼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제단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함께 할 것이다. 이미 지난 1일 오후 두 명의 법률전문가가 김용철 변호사를 면담했다. 김용철 변호사는 매우 밝고 건강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두 법률전문가는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경제민주화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쳤던 시민단체의 관계자들이다.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갖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경제민주화운동의 전문성을 가진 시민단체가 결합해 내부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와 만난 것만으로도 철옹성 삼성권력이 시민의 힘으로 깨질 가능성도 아예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삼성으로서는 창사 이래 가장 힘겨운 상대를 만난 셈일 지도 모른다. 내부비리 제보자, 경제개혁 전문 시민단체 그리고 가톨릭 신부들. 사제단 핵심 관계자의 말을 한 번 더 들어보자. (오마이뉴스/장윤선 기자)
“삼성은 네 죄를 네가 알 것이다. 온갖 치졸한 치부를 숨기려 하면 할수록 더 커질 것이다. 양심고백이야말로 정화의 첫 걸음이다. 사제단은 더 이상 돈의 하수인이 되어 짐승이 되기를 거부한 아름다운 결단을 믿는다. 삼성에서는 배신자라고 욕하겠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거대 재벌의 그릇된 행태를 고발한 사회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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