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미군함 북한 선박 구출작전....북미 관계 달라졌나?

녹색세상 2007. 10. 31. 12:58
 

미군함의 ‘각별했던’ 구출작전


미 군함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납치됐던 북한 선박 구출작전을 펼쳐 달라진 북미관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북한과 미국 간에 관계정상화 논의가 오가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인 미 군함의 북한 선박 구출작전이 이뤄져 이번 일이 양국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 구축함 제임스 E 윌리엄스호의 북한 선박 구출작전은 대단히 신속하고 입체적으로 전개됐다. 30일 아침 소말리아 해적에게 붙잡힌 북한 선박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받자마자 헬기를 띄워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약 50해리 떨어져 있던 윌리엄스호는 몇 시간 뒤인 정오께에는 북한 선박에 다가갔다. 해적들에게 무기를 버리라고 지시하고 거부하면 작전을 펼칠 태세였다. 해적들이 당황해하는 사이 마침 북한 선원들이 숨겨뒀던 무기를 꺼내 이들을 제압하고 배를 재장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 지난 28일 소말리아 해적에 의해 납치된 파나마 선적 골든모리호 구출작전에 앞서 미해군 구축함 USS포터에 탑승한 VBSS팀원들이 군사장비를 챙기고 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미 군함은 북한 선박에까지 병사들을 보내 의료 및 다른 지원을 제공했다. 해군 위생병 3명이 승선조와 함께 북한 선박으로 가 부상자들을 치료했고, 중상자 3명은 윌리엄스호로 옮겨 치료 중이라고 미 해군 뉴스서비스기관인 NNS는 전했다. NNS에 따르면 소말리아 해역에서 피랍된 건 북한 선박만이 아니다. 이번주 초 일본 선박 '골든 노리호'가 납치돼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는 상태이고, 다른 배 4척도 해적들에게 잡혀있다.


물론 피랍 선박들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미 군함이 북한 선박을 상대로 신속하고 입체적인 구출작전을 전개한 점은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또 소말리아 해역을 경비하는 바레인 연합해양군 사령부에는 미군 군함만 있는게 아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호주, 파키스탄 해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위치 문제 등이 고려됐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미 구축함이 직접 나서 적성국인 북한 선박 구출작전을 펼친 건 관심거리다.


북한 선박, 미군 검색대상서 구출대상으로 


북한 선박은 사실 이제까지 미 해군의 철저한 감시 대상이었다.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국가들에 미사일을 수출해온 북한 선박을 추적하는 건 미국 등 연합군 해군의 주요 임무로 알려져 있다. 예멘행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을 미군함이 공해상에서 나포한 적도 있고, 지난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직후엔 아시아 지역을 운항하던 한 북한 선박의 행방을 미군이 예의 추적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달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의혹 시설 공습은 북한 선박의 시리아 입항 직후 이뤄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주요 표적 역시 북한 선박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번 달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훈련까지 실시했다. 이처럼 미군의 검색 대상이던 북한 선박이 구출작전의 대상이 됐다는 점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 군함, 북한 선박 왜 구했나? 


미 해군의 이례적인 북한 선박 구출작전은 당장 이날 미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질문거리가 됐다. 미 해군 병사들이 공해상에서 북한 화물선에까지 올라가 치료활동을 벌이고, 부상한 북한인들을 미 군함에 옮겨 태웠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미국방성 대변인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해적문제는 미군에게 많은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고, 처리방안을 찾고 있는 문제라고 에둘러 대답했다. 물론 윌리엄스호의 북한 선박 구출작전은 본연의 임무였을 수 있다.


해적들이 출몰하는 소말리아 해역에서 행하는 일상적인 작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미 해군의 구출작전은 우연히 현장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 국제해사국(IMB)으로부터 구조요청을 받고 피랍된 선박이 북한 선박이라는 걸 확실히 파악한 뒤에 이뤄졌다. 미 해군이 북한 선박을 구출하기 위해 작전 중이던 구축함을 파견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군사적인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될 만 하다. 게다가 이번 일은 북한과 미국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 핵프로그램의 폐기를 추진하고, 양국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뤄져 더욱 관심이 쏠린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핵포기만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협정을 맺을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 문제 논의를 위한 4자 정상회담도 거론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북핵 6자회담의 진전과 함께 북미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미 군함의 북한 선박 구출작전이 펼쳐짐으로써 향후 양국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무리가 아니길 빌어 본다.(연합뉴스/이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