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예술

사회와 소통 거부한 교회, 상식으로 대화하라!

녹색세상 2007. 9. 21. 23:30
 

'CBS 토론회'서 진중권 교수 기독교 신랄하게 비판

 

  ▲ CBS는 20일 '한국 기독교 세상과 어떻게 대화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4일 방송된다.


"4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라크 전쟁에 한기총은 찬성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을 위해 생필품을 보냈다. 황당할 뿐이다. 아프간 피랍자들이 풀려난 후 믿음이 좋아서 석방됐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분노한다. 이 뿐만 아니다. 기독교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신도들이 몰려와 포위하고 난리친다. 기독교인들이 구사하는 언어는 사회와 동떨어졌다. 신이 자기 뒤에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인간의 한도를 넘는다."


 20일,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사회와의 소통을 거부하며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기독교를 향해 서슬퍼런 날을 세웠다. 이날 가 '한국 기독교 세상과 어떻게 대화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다. 진 교수와 함께 토론자로 나선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정책위원장 이문식 목사, 선교한국 상임위원장 한철호 선교사,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 역시 사회와 소통치 못한 교회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방어적 입장을 견지, 날을 세운 진 교수와 확연한 대척점을 이뤘다.


사람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로 부르는 이유


  진 교수는 "안에 갇혀 사회와 소통할 수 없는 방언을 하는 교회는 이해 자체가 안 된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사람들이 기독교를 '개독교'로 부른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번 아프간 사태에 대해서도 진 교수는 '스텔스 선교'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여갔다. '봉사'를 내세우지만 비밀스럽게 '선교'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 믿는 이들은 거짓말을 잘한다고 본다. 이들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일념으로 선교 지도를 만들고 미국이 일으킨 전쟁을 틈타 틈새시장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무슬림 입장에서 보면 '봉사'를 내세웠지만 '선교'를 펼치기 위한 '스텔스 선교'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철호 선교사는 선교와 봉사에 대한 교회와 사회 간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반박에 나섰다. 한 선교사는 "교회는 기독교로의 개종 행위도 선교라고 지칭하지만 사회에서 봉사로 이해하는 지역 개발과 가난한 이들을 돕는 행위도 선교라고 부른다"며 "때문에 이번 아프간 팀은 개종과는 상관없는 봉사를 위해 갔지만, 교인들에겐 선교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웅 교수는 "한국 사회가 교회에 책임을 과도하게 묻고 있다"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이 강조돼야 함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생존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고 사회의 자성론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아프간 침공에 따른 미국의 점령정책과 연이은 한국의 파병, 이후 그 뒤를 따라간 선교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정리돼야 한다"며 비단 '선교' 뿐 아니라 미국의 침략전쟁과 이에 동조한 한국의 파병 등도 함께 대사회적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향후 위험 지역 선교 활동에 대한 생각도 토론자 간 이견을 보였다. 진 교수는 "위험 지역에 무리하게 사람을 보내는 게 상식적이고 올바른가"라며 "그 지역에 들어가는 사람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고 위험 지역 선교 활동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전쟁 지역에 대한 선교 더욱 절실하다

  ▲ <기독교방송>은 20일 '한국 기독교 세상과 어떻게 대화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로 나선 진중권 교수(왼쪽부터), 김민웅 교수, 이문식 목사, 한철호 선교사.


  이번에도 역시 한 선교사가 방어에 나섰다. 그는 "패권적 선교와 현지 문화를 무시하는 선교 등은 한국교회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면서도 "교회 본질 자체인 선교를 없애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웅 교수는 전쟁 지역에 대한 선교가 더욱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희생당한 경우는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한국이 파병한 이라크와 아프간이다. 이들 지역이 전쟁지역이라며 선교를 막는 것은 곤란하다. 왜냐면 전쟁 지역에 대한 폭력 중단을 호소하는 선교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 교회가 독자적으로 선교할 순 없다. 정부의 허가와 협력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아프간 사태에선 교회나 정부 모두 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이문식 목사도 "미군 점령 지역 내 선교 활동은 적에게 밉보인다"며 "그러나 미국의 폭격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위해 적신월사 등을 통해 갈 수 있다"고 선교 활동의 다변화를 피력했다.


  '아프간 사태'에 이어 교회가 사회와 소통할 수 없는 이유로 진 교수는 기독교의 팽배한 배타성과 기득권을 꼽았다. 개방형 이사제에 반대하며 삭발한 목사, 극우 단체와 함께 성조기를 흔드는 목사,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찬동하는 교회, 동남아 지역을 휩쓴 쓰나미가 하나님의 심판이라 말하는 목사 등을 거론한 그는 "개신교는 최악"이라며 "대형 교회는 하나님 지위를 누려가고 있다.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천박성과 똑같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한국교회, 세상과 격리됐다


  그러면서도 진 교수는 "이런 대형 교회 목사들이 한국 교회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져 올바른 소형 교회 목사들의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민웅 교수는 "한국 교회가 나사렛 예수가 보인 삶의 본질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며 "신약성서를 펼치면 예수는 구약성서를 인용하는 것보다 농부가 뿌린 씨앗, 어부가 잡은 고기, 잃어버린 양 한 마리 등 우리 삶의 현실을 놓고 얘기했다.그럼에도 한국 교회는 이런 부분을 놓쳐 세상과 격리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훌륭한 스님들이 쓴 에세이 등은 한국 사회가 즐겨 읽는다"며 "불교의 혼 자체를 동의하기 이전에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도 본질로 돌아가서 사회 성찰의 재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철호 선교사는 "예수의 메시지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예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독교 공동체를 사람들이 거부하는 것은 공동체가 말씀대로 살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 메시지 그대로 삶을 살 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문제는 사회와 고립된 교회"라며 "교회가 사회와 소통키 위해선 사회의 시선을 보고, 이슬람권으로 나간다면 이슬람 시선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훈/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