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성매매 잘하는 법’ 알린 대통령 후보

녹색세상 2007. 9. 15. 11:26
 

 

 

불쾌한 가정이 하나하나 현실이 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 대다수의 남자들은 속칭 ‘대권’을 꿈꾸는 자들이나, 좀 배웠다고 하는 지식층이나, 지위고하 나이를 막론하고 성매매를 당연한 사실로 생각하고 있으리란 가정이다. 그것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증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달 28일 국내 주요 일간지 편집국장들과 폭탄주를 돌리며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타이에서 마사지를 받으러 간 적이 있는데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고참 직원은 마사지걸들 중 가장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자를 고르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얼굴이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것이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하게 돼 있더라. 그런 것도 일종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 마사지업소가 성매매업소의 변종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남성들이라면 더 잘 알 것이다. 그런 성매매업소에서 여성을 잘 고르는 법을 이 후보는 ‘인생의 지혜’로 ‘승화’시켰다. 놀랍기만 할 따름이다. 더욱이 우리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성매매방지법을 시행해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 판에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술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잘 성매매 하는 법’을 널리 알리고 있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자기 당 여성 대변인까지 있는 자리에서 성적 농담하다니..... 이건 ‘성희롱’


<오마이뉴스>가 당시 발언을 취재해 보도해 파장이 일자, 이 후보 측에선 이런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의 회사 선배가 태국 출장을 가면 안마를 받는데 그런 곳에 가서 여자 얼굴을 보고 골라서는 안된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자기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선배 얘기를 한 것이다.”(배용수 공보특보)


  이 후보 측은 중대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 술자리에서 성적인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농담은 자신의 경험담이든 남의 얘기든 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성희롱이 된다. 게다가 그 자리에는 자당의 여성 의원이자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까지 있었다. 자당의 여성 대변인 얼굴을 보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농담 삼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떠벌릴 수 있는 ‘대담함’. 이만하면 이 후보의 성의식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 할만하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점이 있다. 그 자리에 동석했던 일간지 편집국장들의 처신이다. 이 자리에는 아마 보수, 진보를 뛰어넘은 여러 매체의 (남성) 편집국장들이 있었을 터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들 중에 당시에 이 후보에게 반론이나 이의를 제기한 이들은 없었다. 짐작하건대, 이 후보의 그런 발언을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웃음으로 동조하며 술잔을 부딪쳤을 게다. 그들은 자리가 파한 뒤 회사로 돌아와서도 그 일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이들에게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고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공약과 정책, 보도를 기대해야 하는가. 암울하다.


신정아, 몸이 아니라 머리로 로비했길 바란다


‘신정아는 꽃뱀일 것이다.’

애초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에 윗선 개입 의혹이 덧칠해질 때부터 나왔던 가설이다. 주위에서 이런 가정을 당연한 듯 말하는 남자들에게 물었었다. “왜 신정아가 꽃뱀이야?” 그러면 이런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아니, 당연한 것 아니겠어?” 말인즉슨, 신정아가 외모로 고위층에 성적인 로비를 했을 것이고 그 대가가 그의 신분 상승 아니었겠느냐는 얘기다. 당시엔 변양균이니, 누구니 하는 윗선들의 이름이 거론되지도 않았던 터였다. 그런데 이런 가설을 너무나 쉽고 당연하게 생각해낸 남자들이 신기했다.


학력을 속이기까지 한 여자가 성공한 배경에는 당연히 ‘몸’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 이것이 우리사회의 남자들 속에 만연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보편적 생각이다. 그래서 은근히 바랐다. 주위의 사람들이 신정아의 진짜 같은 거짓말과 언변에 놀아난 것이기를. 남자들이 바라는 것처럼 몸이 아니라 그의 머리에 휘둘린 것이기를.


그런데 점점 이 사안에 ‘신정아의 몸’이 끼어들고 있다. <문화일보>가 불을 지폈다. 신정아의 ‘성로비’를 단정 지으며 처벌 가능성까지 따지는 기사와 함께 그의 알몸 사진을 실은 것이다. 구매력 높은 남성 독자들에게 신정아의 몸은 좋은 눈요깃거리가 됐을 것이다(아니라고? 그럴까. 정말 조금이라도 ‘신정아의 몸은 어떻게 생겼을까’ 호기심이 일지 않았나. 그렇다면 <문화일보>의 사이트는 왜 마비됐을까).


신정아, <문화일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


몸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여성은 그 몸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도 상관없는 것인가. 이 사진을 보고 성적인 불쾌함을 느꼈을 (여성) 독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정신적 폭력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신정아, 당신이 진짜 몸으로 로비를 했든 안했든, 변양균 전 정책실장 또는 다른 문화계 고위 인사와 어떤 관계였든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당신의 몸을 지면에 싣는 폭력을 행사한 <문화일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 (오마이뉴스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