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과 인권

언론의 ‘알 권리’가 무섭습니다.

녹색세상 2007. 9. 15. 13:37
 

  신정아씨가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문화일보가 신 씨의 누드 사진을 공개해 버렸다면 그것은 명백히 범죄행위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법을 전공하지 않아서 세부 법률은 잘 모릅니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납득이 안 될 뿐 아니라 상위법인 헌법에서 개인의 행복 추구권과 사생활 보장, 불가침의 민권 등등을 엄격하게 국민 개개인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는데도, 문화일보가 개인의 신상정보나 감추고 싶은 비밀을 그 일간지 지면에다가 게재한 것은 위법한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 공개하고자 하는 내용이 위법적이거나 기사의 취지가 공익적이라고 판단될 때는 모르겠습니다만.


  문화일보의 신정아씨 누드 기사 게재는 또 미필적 고의의 범죄행위인 것 같습니다. 만에 하나 신정아씨가 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에 의한 고통으로 자살을 결행하거나 하게 된다면 이것은 명백한 문화일보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정의하기도 하지만 잘못 건드리게 된다면 간접적으로 타인을 죽음으로 내몰게 할 경우가 많기도 하며, 문화일보의 누드기사 게재는 직접적으로 신정아씨와 1 대 1 대면이 아니라 신정아씨가 상대할 수 없는 공간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해 버렸다는 점에서 문화일보의 행동은 미필적 고의의 범죄행위 같습니다.

 

 

 

‘신정아 올누드’ 사진 나왔다 (조선일보)

누드에 상처 하나 없어...“삼풍 붕괴 때 매몰” 거짓 의혹 (조선일보)

권여사 “신정아 윗선?...대통령과 나도 서로 물어” (조선일보)

“치근덕대던 A씨가 술자리 불러내 가보면” (중앙일보)

신정아씨 종교, 불교가 아니다? 일주일 3~4번 교회에서 기도 (동아일보)

신정아 누드사진, 성 로비 가능성 있다? (문화일보)


일간지들의 신정아 누드 관련 기사 모음.


 

  그리고, 우리나라의 내 노라 하는 거대 언론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문화일보에 덩달아서 신정아씨 누드관련 기사로 지면을 채웠습니다. 저는 무척 궁금합니다. 저 언론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기사를 작성하느냐는 것과 저들은 평상시에 대체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가치관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언론들은 말합니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고요. 그렇지만 우리는 압니다. 우리는, 기성 언론이 스스로 칭하는 알권리 운운하는 것이, 조선일보에게 그리고 동아일보에게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취재권리를 부여했던 적이 없었음을요.


  국민들의 알권리는 언론 자신들의 독점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언론의 부조리를 캐 묻고자 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합니다. 마치 옛날 카톨릭 성직자들이 성경을 성직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겼듯이요. 언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그토록 국민들의 알권리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올 7월에 시행된 선거법에는 왜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나요? 국민의 참정권이 훼손되어도 아무 말 없더군요.


  세상 이치는 항상 급부와 반대급부의 조화를 통해 나아가는 법입니다. 다시 말해, 언론이 국민의 알권리로 무장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그릇되게 알 권리를 추구할 때는 준엄한 사법심판대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항상 언론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기사를 계속 생산해 낼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신정아씨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단지 문화일보의 파렴치한 보도행태가 싫습니다. (한토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