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오기라도 했나”
“이상하게도 여성이 여성을 안 찍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한나라당 등 보수정치인의 발언이 아니다. 어제(9.13) 심상정 대선후보의 제안으로 열렸던 ‘맞장토론’에서 권영길 후보가 한 말이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예비후보가 여성들의 정치의식을 폄하하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설령 ‘본인은 그렇게 안 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표현으로 슬쩍 마무리 지었으나 ‘여성이 여성을 안 찍는다’는 여성 비하적 편견을 기정사실화 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유난히 여성후보들이 많이 거명되었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보수정당의 모든 여성후보는 낙마했고, 예상됐던 일이다. 민주노동당만 예상을 뒤엎고 여성 후보가 선전하며 역시 진보정당임을 입증하고 있다. 우리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정치인을 갈망한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일 뿐인 정치인이 아니라 여성주의로 무장한 진보적 여성정치인 말이다. 선거 때만 여성을 외치는 남성 중심의 정치로는 여성노동자의 고충을 헤아리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상정 후보의 선전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민주노동당은 ‘언니들의 정당’을 외쳐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여성주의 정당인가에는 많은 여성들이 회의를 품고 있다. 진보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여성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가짜 여성주의는 결정적 순간에 얼굴을 드러낸다. 바로 지금과 같은 순간이다. “여성이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단 한명의 대통령 후보를 갖지 못한 반여성적 정치현실에서 이를 증명할 통계라도 있는 것인가.
차기 유력한 대통령으로 얘기되는 이명박 후보는 ‘덜 예쁜 맛사지걸이 서비스가 좋다’며 여성인권을 침해했다. 저질 언론 문화일보는 신정아 누드사진을 게재하여 이 땅 모든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했다. 세상이 변했다지만 여성들에게 세상은 결코 달라지지 않았다. 정치권력, 언론권력을 쥐고 흔드는 남성 중심주의는 틈만 나면 여성들을 무시하고 비하하며 유ㆍ무형의 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달라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더욱 철저한 여성주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 진보를 표방하면서 뒤에서 여성주의를 피곤해 하는 가짜 여성주의 정당이 아니기를 희망한다.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절박감 때문에 실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라도 반여성적 발언은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진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진보세상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이기려고 할 뿐이다. (김금숙/사무금융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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