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흡연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약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 보고서는 대마초 흡연은 중독성이 강하고,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인터뷰 기사가 있어 퍼왔다. 비흡연자지만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유명 연예인 사진을 허락도 없이 블로그에 올려 초상권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영리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가수 전인권(53)씨가 지난 8월 28일 마약 투여 혐의로 구속됐다. <경향신문> 대중음악 전문가 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설문조사에서 들국화의 1집이 1위로 선정됐다는 결과가 발표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위’ 앨범의 보컬 전인권은 초췌한 모습으로 방송에 나왔다. 오랫동안 벗지 않았던 그의 상징인 선글라스 없이 경찰서에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어색했다.
▲한미FTA반대 집회에 참석한 김부선씨. 우리 문화를 지키려는 자부심이 대단한 배우다.
9월 3일, 전인권씨처럼 마약류관련법 위한 혐의로 구속된 경험이 있는 영화배우 김부선(47)씨와 전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인권씨와 김부선씨는 서로를 ‘든든한 조력자’라고 표현할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으며, 2004년부터 함께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을 해온 바 있다.
“비겁해지더라도 입 다물고 살 것을.....”
꽃가마에 미소 짓는 말 못하는 아다다여
차라리 모를 것을 짧은 날의 그 행복.....
보금자리 쫓겨 가는 애처러운 아다다야
산 넘어 바다건너 행복 찾아 어디 갔나.....
1956년, 계용묵의 소설 ‘백치아다다’가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주제곡으로 쓰였던 노래가사 중 일부이다. 영화배우 김부선(47)씨의 애창곡이라기에 들어봤다. 가사 만큼이나 멜로디가 구슬프고 처연하다. 이 노래가 김부선씨의 18번인 이유는 단 한가지다. ‘아다다’의 삶이 그녀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김부선씨는 노래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
“입 다물고 ‘네네, 잘못했습니다’하고 사는 게 나을 뻔했는데..... 내가 비겁해지더라도 알아도 모르는 척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았으면 가족들이 상처를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문화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지키고 사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은 잃지 않을 것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세 차례 구속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부선씨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인지 온갖 좋지 않은 꼬리표들이 그녀를 따라다닌다. ‘에로배우’부터 시작해서 ‘미혼모’, ‘나쁜 여자’, ‘마약쟁이’라는 말까지. 이런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부선씨는 “원래 논리 없는 사람들이 욕부터 하고 인신공격한다는 거 알고 있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다”고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마약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마지막 피해자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부선씨와의 일문일답.
-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시다시피 영화는 전무하고, 10월에 방영될 작은 드라마 하나 촬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 나는 출연료가 엄청 싸기 때문에.... 중년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신인 배우들보다도 적게 받는다. 그래도 배우에게는 체력관리가 중요하니까 시간 날 때마다 산에 다닌다. 오늘도 오후에 가려고 한다.”
- 질문지 답변을 받고 깜짝 놀랐다. 자세하고 솔직하게 답해주셔서 감사하다.
“아무래도 나 논문('마약' 관련해서) 한 편 써야 할 것 같다. 몇 년 동안 공부를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박사가 다 됐다.(웃음)”
“전인권, 필요 이상으로 진통제 과다처방”
- 8월 29일, 가수 전인권씨가 마약 투여 협의로 검거 됐다. 사건을 접했을 때의 심정이 어땠나. 개인적으로는 선글라스를 벗은 전인권씨의 모습을 처음 보고 충격 받았다. 수치심 같은 걸 느끼지 않았을까?
“뉴스를 통해서 검거 사실을 처음 알았다. 수사 과정에서 선글라스를 벗으라고 하지 않았겠나. 범죄자 주제에 무슨 선글라스냐며. 5개월 전 도피 소식 들었을 때부터 인권선배의 ‘사노라면’이라는 노래만 들었다. 80년대 너도나도 다 힘들었던 시대에 노래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는데 정작 자신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가장 힘든 건 우리 같은 사람한테는 아무 힘이 없다는 거다. 변호사를 구할 수가 없다.(울음)”
- 전인권씨는 필로폰 투여 혐의까지 받고 있는데.....
“답답하다. 혐의만을 전제로 말할 수 없다. 다만 그가 병원에서 처방 받았다는 진통제와 관련해서는 그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그는 대상포진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 통증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해준다. 전인권씨가 범법자가 된 것은 필요이상으로 과다처방 받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처방 받으면 ‘진통제’고 많이 처방 받으면 ‘마약’이라는 거다. 그 기준이 도대체 뭔가? 그리고 전인권이 누구에게 피해를 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에도 문제가 있고 거기에는 언론의 책임이 있다. 마약사범이라고 낙인찍기 바쁘지 사회의 시스템은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진통제 처방해준 병원과 담당의사는 왜 처벌 안하느냐는 얘기도 있더라. 보건복지부 담당자나 이를 방치한 사법부에게도 공동책임이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2004년에 시작한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에 대해
- ‘비범죄화’가 곧 ‘합법화’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내가 말하는 대마초 비범죄화는 공급유통에 대해서는 규제하되 흡연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 3자에게 공연히 피해를 입힌 범죄자가 받는 게 형사처벌이다. 현행법에 의하면 단순 흡연자도 걸리면 전과자가 되는 거다. 징역 5년 이하 벌금 5천 만 원 이하다. 이들에게는 과태로 처분 정도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즉 ‘합법화’는 제조, 생산, 유통, 사용의 완전한 허가를 말하는 거고, 비범죄화는 대마초 흡연자에 대한 처벌이 담배, 술 등에 대한 규제와 형평에 맞게 조정되는 걸 말한다. 세계보건기구나 유엔마약위원회의 통계, 미국 국립약물 남용연구소의 연구결과 등 많은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대마초는 담배나 술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 자료만을 언급해서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대마초 비범죄화운동’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편견이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 편견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마초는 안 돼’라는 전제를 미리 택한 뒤 내 주장을 바라본다. ‘대마초를 피우면 도로 위의 달리는 자동차를 잡고 싶고, 새처럼 날고 싶어 절벽 위에서 뛰어내리고, 심지어 정신이상자가 된다’는 말 같지도 않은 SF영화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그러면서 정작 내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논리가 없다. ‘예수천당 불신지옥’같은 얘기만 하고 있다. 증명되지도 않은 가설에 불과한데도 ‘대마초 피우면 마약중독자 된다’는 말 뿐이다.”
- 정부나 수사기관에서는 외국의 연구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건가?
“수사기관이나 사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마초가 형사처벌을 받을 만큼 위험한 약물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 1989년에 나를 구속시켰던 수사검사가 14년 만에 찾아와 충격적인 말을 했다. 같은 혐의로 국회의원이 검거됐는데 대통령한테 전화가 와서 어쩔 수 없이 풀어줬다는 거다. ‘너무 감사하다. 꼭 세상에 일러 바치겠다’고 했다.
국가기구가 논리나 과학보다 그저 가설만을 앞세워 추측과 가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내가 제기했던 소원을 기각했는데 그 사유 중 하나가 정말 우습다. 담배나 술은 오랫동안 국민들이 기호식품으로 사용해 왔고 대마초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규제하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이다. 대마초가 널리 대중화되면 인정해주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약물 사용자나 중독자는 범죄자가 아니라 환자”
- 2004년 위헌법률심판 신청을 했을 때, 어떤 기대를 했나?
“적어도 법은 ‘과학적’일 거라 생각했다. 아니, 판결을 위해서 다른 약물들과 비교해 규제와 형평이 맞는지 실험이라도 해줄 줄 알았다. 정부에 술, 담배, 헤로인, LSD, 코카인, 커피, 대마초의 위해 정도를 비교해 달라는 간단한 요구를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들어주지 않았다. 2005년에 대마초 흡연자들의 치료재활을 강화하겠다고 2년 전에 검찰이 발표했지만 언론 홍보용이었다. 단순흡연자를 구속했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는 없다. 치료도 못 받고 전과자가 되어서 사회에 나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 치료할만한 사회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나?
“약물 관련 치료시설이 한 곳 정도 있다고 들었다. 충분한 치료재활시설이 확보되어야 한다. 치료재활전문가를 양성하고 병상도 확보해서 정부가 이 시설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에, 약물 사범이 입건되면 구속이나 형사처벌을 밟기 전에 심사위원회를 두어 단순 사용자와 중독자를 구별해야 한다.
나도 필로폰 끊느라 정말 너무 많이 힘들었다. 눈앞에서 뱅뱅 도는데 어떻게 하나. 돈 달라고 가족들한테 나쁜 짓도 많이 했다. 박지만씨 처럼 가정환경이 좋아서 좋은 의료진에게 치료 받을 수 있었다면 금방 끊었을 것이다. 1년에 적발되는 사람만 2000여 명이고 훨씬 많은 사람들이 대마초를 피운다. 국가 예산을 산 깎고 강 파는 데 쓸 것이 아니라 약물 사용자들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을 확충하는데 써야 한다.“
“비인간적인 수사과정도 문제”
- 2007년 5월, EBS ‘시대의 초상’이라는 방송에 출연해서 “대마법 수상과정에서 공권력 때문에 여자로서 엄청난 일을 겪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루 말할 수도 없다. 남자 형사들이 와서 여자인 내게 소변검사를 하겠다고 수시로 들이댄다. 이게 할 짓들인가? 더 살벌한 것은 도끼, 망치 이런 거 들고 와서 문을 부술 듯 두드리면서 협박하는 것이다. 아파트 문 부수기 전에 문 열어라… 팔 꺾고 포승줄로 묶어서…. 경찰도 대마초를 모르니 대마초 피우면 초인적인 힘이 생겨서 날아 다닐까봐 그런가 보다. (웃음)”
- 다른 사람을 불면 그냥 풀어주기도 한다는데?
“플리바게닝 제도라고 있다. 검거된 혐의자가 수사상에 도움을 주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형을 경감 받을 수 있는 제도다. 2004년 내가 입건됐을 때에도 얼굴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에 만났던 사람이 나를 불었던 거다. 그 사람은 불구속으로 풀려나고 나는 구속됐다. 연예인들의 경우 대부분 이런 식으로 피해를 본다.”
- 딸에게 중독성 강한 술, 담배를 권하느니 대마초를 권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 가지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마초를 피우라고 딸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딸이 선택할 일이지 내가 강요하거나 권할 사안이 아니다.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말을 비틀어서 ‘내 딸이 불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꼭 말해주고 있다. 기호식품은 선택의 문제이지 그걸 비난하는 사람들의 논리 자체가 유치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포털사이트에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비범죄화’가 아니라 ‘합법화’에 대한 설문임에도 불구하고 30% 이상이 찬성이라도 응답했더라. 59%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시기상조라는 건 결국은 풀려야 된다는 얘기 아닌가?”
- 대마초 한 것을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나?
“커피 마신 걸 후회한 적이 있는가?” (최재인/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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