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민중

조합원 49명에 1억여원씩 손해배상 가압류

녹색세상 2007. 8. 5. 22:46
 

[잔인한 지배계급] 노 침묵=폭력 진압, 법원 돈으로 재갈

 

 

                      세계 인권 규약

“노동조합의 파업을 공권력으로 파괴해서는 안 된다”


 

  이랜드 비정규사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해결은커녕 이랜드 노동자들의 농성을 두 번이나 경찰 병력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키면서 강경 대응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입법 원흉인 보수 정당은 아예 외면하고 있다. 입만 열면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욕하던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의 침묵은 그냥 침묵이 아니다. 경찰을 앞세운 정부의 강경 탄압을 고무하고 조장하는 강력한 '발언'의 효과를 내고 있다.


  법원은 한 달 월급 80만원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하면 하루 1백만 원씩 내야 한다는 '놀라운' 판결을 했다.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응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보수 언론의 태도를 보면 지배 세력의 이해관계와 노동자 투쟁에 대한 비타협적인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단결은 아직 굳건하지만, 버티고 있는 적이 강하다.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은 여름휴가 동안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더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부, 노사 자율 교섭 길마저 막아


  지난 1일 인권단체 소속 활동가 7명이 서울지방노동청을 4시간 동안 점거하고 농성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정부는 비정규직을 대량해고 외주용역화를 자행하는 이랜드 문제 해결에 즉각 나서야 하며 사측의 편을 드는 ‘자본부 장관’ 이상수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이 노동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는 이유는 노사 자율교섭의 길마저 정부가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노사가 벼랑 끝에서 마지막 협상을 벌이기로 한 18일, 교섭도 시작되기 전에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날 교섭이 결렬될 경우 공권력 투입”을 말했다. 이랜드는 이전 협상에서 내놓았던 안 외에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예상대로’ 교섭은 결렬됐고, 공권력이 투입됐다. 그 이후 노동부는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해왔다.

 

 


법원, 80만원 월급장이의 하루 파업 1백만원


  정부가 강제 진압 이전까지 보였던 ‘대화 중재자’의 모습까지 벗어던져 비난을 사고 있다면, 법원은 적극적으로 ‘사측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은 이랜드 사측이 일반노조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청구한 영업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전국 32개 매장에서 시위, 현수막 부착, 유인물 배포, 피켓시위 등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조합원은 1백만 원을 사측에 지급해야 한다. 노조가 이를 어길 경우는 1천만 원이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계산대에 하루 종일 서서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는 고통을 감내하며 받는 한 달 임금이 고작 80만 원인 여성 노동자들에게 한 번 집회 때마다 1백만 원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아예 집회의 자유를 박탈 하는 것”이라며 “그것도 동시에 생존권을 빼앗는 처사며 법이 결국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법원은 사측의 손배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돈으로 노동자를 옥죄는 악랄한 노동 탄압이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한진중공업 김주익 열사 투쟁 이후로 주춤하다가 한달 80만원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가차 없이 가해지고 있다. 이랜드 사측은 조합원 49명에게 1억1백만 원씩 손배가압류를 걸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조합원 49명의 개인통장을 가압류했다.

 

 


민주노총, 18일 전국노동자대회


  이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태도를 취해 온 정부가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들이 뉴코아 강남점을 점거하고 2차 농성을 시작하자 31일 경찰 병력을 또 다시 투입해 강제해산을 시켰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은 1일 비상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오는 5일과 11일 이랜드 매장에 집중 타격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또 16일부터는 민주노총 집행부와 조합원을 중심으로 1천여 ‘중앙선봉대’를 조직해 이랜드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매장 앞 집회 등 투쟁을 할 방침이다. 18일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5만명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에서 열 예정이다.


  이어 민주노총은 21일 이랜드 투쟁 단일안건으로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고 전체 조직 차원의 투쟁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한편 교섭은 계속 파행을 겪고 있다. 이랜드 노사는 1일 오후 뉴코아, 홈에버 분리 교섭을 시작했으나 3시간도 안돼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홈에버의 경우 사측이 노조 쪽 교섭위원의 자격 문제를 들고 나와 협상조차 하지 못했다. 뉴코아 쪽 교섭은 이날 서로의 요구 사항만 주고 받았지 새로운 안은 없었다. 이랜드 노사는 3일 다시 만났지만  교섭은 물 건너 가고 말았다.

 

 

 

  중재자로서 정부 역할 강조하는 목소리 높아져


  한 매장에서 5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여성조합원은 “우리가 어렵지만 점거 농성을 하니까 사측이 겨우 교섭에 나왔다”며 “이런 상황을 보니까 투쟁을 해야 교섭이 이뤄지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우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라며 “지금은 누가 더 끈질기게 싸우는가만 남은 것 같다”며 말했다.


  이랜드 투쟁이 민주노총 전체 차원의 투쟁으로 확대되고, 비정규법을 둘러싼 노사 격돌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랜드일반노조, 뉴코아노조 조합원들은 지금 상황을 힘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투쟁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죽을 힘을 다해야 싸울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그간 투쟁으로 경험했다. 그래서 1차, 2차 점거농성이 3차, 4차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때마다 정부는 경찰병력을 동원해 농성을 강제해산 시키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정부가 나서서 사태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랜드-뉴코아 투쟁을 지지하는 교수, 법률가 500인’은 1일 청와대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가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공권력 투입 등에 나서 대등한 지위에서의 교섭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행정,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공정한 교섭이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경찰병력이 투입되는 긴박한 상황임에도 희희낙락하는 이랜드 보안직원들.


노무현 대통령, 왜 아무말도 안 하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되고 있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발언으로 논란을 만든 전례를 비춰 볼 때 의외의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노동자들의 분신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와중에도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금과 같이 민주화된 시대에 노동자들의 분신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투쟁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자살로 인해 목적이 달성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극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대기업 노동자들이 마치 떼돈이나 벌면서 이기주의에 빠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주범인 듯 말했다. 그랬던 대통령이 정부가 만든 비정규법으로 해고된 비정규노동자들이 투쟁을 하자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으로써는 집권 초기와 다르게 5년 임기를 반년 남기고 있는 지금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른다.


구속 노동자 가장 많이 나온 노무현 시대


  소위 참여정부라는 현 정부 하에서 구속된 노동자가 983명으로 김영삼 정부 이후 최고로 많다. 1일 민주노총과 구속노동자 후원회 등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래 지난 4년 여 동안 구속된 노동자 수는 7월말 현재 98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김영삼 정부(632명)나 김대중 정부(892명) 때보다 훨씬 많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구속 노동자 332명 가운데 239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구속된 노동자 271명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은 200명으로 74%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랜드 사태만으로 총 7명의 구속노동자가 추가됐다.


  정부가 중재자로써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노무현 대통령이 언제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탄압으로 일관할지 모르겠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이랜드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이랜드 사측에 있다고 생각하는 여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부담을 느껴 할 말도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는 극언에 대해 민주노총은 ‘할말이 많아서 슬픈 노무현이여’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내고 “말을 할 때는 할말 안 할말 신중하게 가리고, 특히 ‘대통령’이 할 말인지 아닌지 꼭 생각해주기 바란다”며 “국민 앞에 한 말은 꼭 지켜주기 바란다. 그래야 대통령을 믿을 수 있다”고 대통령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아무 말도 안해 슬픈 노무현’이 됐다. (레디앙/박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