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떨쳐 일어나 “한미FTA 막자!”

녹색세상 2007. 7. 2. 18:07
 

한미FTA는 '시대교체'를 요구한다 

자칭 '민주주의 적자'들이 좌초시킨 민주주의 

 

 

1. 한 시대의 조종이 울리다.

  6월 30일,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를 체결했다. 한 시대의 조종(弔鐘)이 울렸다. 역사는 60년대 이래의 40여년을 ‘민주화 시대’라고 기록할 것이다. 역사는 역설로 자신을 드러내는 법인가. 민중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이 폭거는 이들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바야흐로 가난한 사람들의 민주주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폭로했다. 이제 진정한 역사의 주인이 우뚝 서야 할 시대가 왔다.

 

 

  그들은 스스로 무능하지 않다고 강변한다. 청와대의 십상시(후한 시대 황제를 둘러싼 내시들이 정권을 좌지우지 했는데 대표적인 10명의 내시)들은,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사람을 ‘세계적 대통령’이라고 노비어천가를 불러댄다. 망조의 길로 접어든 정권의 말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개혁할 능력이 없어 국민을 범의 아가리에 밀어 넣고도 이를 ‘개혁’이라 외치고 있으니 저들의 역사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 주는 일이 어디 또 있으랴.

 

  그렇다. 그들로서는 최선을 다 했다. 풀뿌리부터 하나 됨이 이 시대의 격랑을 뚫고 나갈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망각한 지 오래니 그들의 소임은 이미 끝났다. 눈 뜨고 있다면서도 ‘시대교체’라는 역사의 굽이를 보지 못하는 자들은 여전히 다시 '민주화 시대'로 돌아가자고 한다. 중도통합을 들먹이면서 이미 흘러간 시대의 옛 동지들을 규합하고 있다. ‘한미FTA 반대 단식’까지 한 사람과 이른바 여권주자 중 가장 강력한 ‘한미FTA’ 옹호자의 만남. 이처럼 역사의 문맹을 잘 보여주는 일이 또 있을까.

 

2. ‘한미FTA’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한미FTA는 철저하게 계급적이다.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이 그렇듯 상위 20%는 정부 주장대로 '선진경제'를 맞을 것이다.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굳어지고 있는 20 대 80의 구조 속에서 이들의 아이의 아이들 역시 고급 서비스와 외제 자동차의 혜택을 입을 것이다. 그들의 소원이었던 ‘이대로!’는 한미FTA로 반영구적 제도가 된다. 그러나 이른바 ‘중도통합세력’이 대변한다는 80의 민중에게 그런 ‘멋진 신세계’는 없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정글, 나아가 ‘승자독식’이라는 시장의 법칙만 있을 뿐이다. 농업과 서비스업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기계, 화학 등 우리 산업의 허리가 뭉텅 잘려져 나갈 것이다. 우리의 삶의 버팀목이던 공공서비스도 무참히 무너져 내릴 것이다.

 

  철도, 전기, 수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산업 민영화가 한미FTA를 배경으로 급진전될 것이다. 의료와 교육, 주거의 공공성은 ‘상업적 운영’이라는 한미FTA의 기본원리에 여지없이 난타당할 것이다. 이제 국가의 기간을 포획한 사기업들은 이윤추구라는 절대가치를 내세워 서비스 시장 양극화에 당당하게 나설 것이다. 재벌, 재경부 등 고급 관료, 조중동 삼각동맹이 세상을 지배한다. 이미 '민주화 시대'의 대변자들은 이들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려 쟁취한 헌법이 유린당하고 민주주의가 설 곳은 이제 없다. 민주주의가 한발 더 전진해야 할 바로 그 곳에서 민주주의의 적자라는 자들이 민주주의를 좌초시켰다.

 

3. 이제 우리가 나설 때다.

20여 년 전 구로동맹 파업은 2년 뒤 87년 대투쟁, 군사정권의 말로를 예고했다. 10년 전 한 겨울에 날치기 통과된 노동악법은 1년 뒤 신한국당의 몰락을 미리 보여 주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제 역사는 ‘한미FTA’ 체결로 중간계층의 자살을 부고했다. 농민들의 피어린 투쟁은 이제 금속노조의 파업으로 민중의 도도한 목소리가 되었다.

 

  그들만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우리의 민주주의를 세울 때가 왔다. 진정한 다수가 떨치고 일어날 때다. 새로운 역사의 문턱에서 망설임이란 있을 수 없다. 세계화의 ‘대세’ 앞에서 떨리는가? 아니다. 이제 민중의 세계화가 시작될 것이다. 미국의 폭력이 무서운가? 아니다. 미국은 노쇠한 거인일 뿐이다. 자기 몸무게도 가누지 못하는 자가 무에 그리 두려운가.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나라의 패권도 원하지 않는 모든 나라가 우리의 우군이다. 우리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여 한탄스러운가? 그렇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많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역사의 큰 흐름은 일거에 상황을 역전시킨다. 눈앞의 이익만 취하는 비겁함을 떨치면 ‘적자생존’이 아닌 ‘공존의 삶’이 열린다. ‘한미FTA’ 저지에 한 몸이 되는 길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과제를 푸는 승리의 외길이다.

 

  많은 분들이 경제를 걱정하며 성장의 동력을 찾아 헤맨다. 그 동력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민주화 시대’는 ‘위로부터의 성장의 시대’였다. 그런 성장 역시 조종이 울렸다. 이제 아래로부터의 성장의 시대가 열린다. 철저히 파괴됐던 지역공동체가 살아나고 이를 기초로 전국적 삶의 네트워크가 건설될 것이다. 아시아의 풀뿌리 네트워크가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건설할 것이며, 세계의 안정과 평화 역시 여기에서 비롯될 것이다. 감히 민주노동당의 깃발을 여기에 올린다. 당 스스로가 개혁의 모범을 보일 것이다. 모든 벌판에서, 그리고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옆 사람과 토론하고 조직하자. 우리 스스로를 위해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더 이상 기나긴 우회로를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의심을 떨치고 이제 도약할 때가 되었다.  (심상정 블로그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