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법조계 등 ‘한미 FTA 중단’ 촉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의료인, 변호사, 변리사, 수의사 등이 참여하는 한미 FTA 중단 촉구 기자 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한미 FTA가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약값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FTA, 연간 2조 원의 약값 폭등
한미FTA저지 ‘보건의료대책위원회’, ‘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분야대책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등 전문가들은 1일 오전 11시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한미FTA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한미 FTA가 국민 생활에 미칠 위험성을 다각도로 짚었다. 이들은 우선 한미 FTA가 연간 2조 원의 약값 폭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WHO)는 FTA가 15년간 누적적으로 약값을 인상시킬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며 “한국의 경우 향후 5년간의 누적 효과로 연간 약 2조 원의 추가 부담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런 내용은 이미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06년 12월에 낸 보고서도 언급한 것”이라며 “이 보고서는 약값이 한미FTA의 영향으로 줄어들지 못한다면 2011년 한 해에만 2조983억 원의 재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제 정신인 정부라면 약값 폭등을 초래할 이 협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대다수 언론을 통해 유포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불가피 논리에 대해서도 국제법에 입각한 반론이 제기됐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송기호 변호사 등은 “노무현 대통령 등이 주장한 ‘한미 FTA를 안 해도 어차피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야 한다’는 말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제수역수무국(OIE) 규정을 모든 나라가 따를 필요는 없다”며 "“ 규정은 과학적 기준이 아닐 뿐만 아니라 권고 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은 국제수역사무국 규정보다 더 엄격한 20개 월령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관방장관이 “쇠고기 검역 조건을 완화하라”는 미국 부시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은 전체 도축 소 가운데 0.1%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며 “최근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가 청문회에서 서면으로 '미국산 쇠고기는 도축할 때 전수 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덕수 총리가 총리 자격이 없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왜곡한 데서 잘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지적재산권 협상’은 ‘일방적인 상납’
한편 변호사, 변리사 등이 참여하는 '한미FTA저지 지적재산권분야대책위원회'와 민변은 같은 장소에서 12시부터 별도의 기자 회견을 통해 한미 FTA의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한미 FTA 지적재산권 협상은 협상이라고 말할 수조차 없는 일방적 상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 측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 ‘비위반 제소’ 대상에 지적재산권 포함, 특허 기간 연장 등 미국의 요구 사항을 거의 다 수용했다”며 “지적재산권 분야는 협상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대체 지적재산권 분야를 양보하고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들은 ‘비위반 제소’ 대상에 지적재산권이 포함된 것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비위반 제소는 한미 FTA를 통해 기대했던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 분쟁을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기업에 주는 것이다. 이 비위반 제소는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10년이 넘게 유예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비롯한 중요한 지적재산권 국제 협정에 가입돼 있어서 결코 지적재산권 권리자에 대한 보호 수준이 낮지 않다”며 “한국의 문화 주권, 국민 건강권 등을 미국의 손에 넘기는 한미 FTA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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