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책

“대외원조 수혜자 빈곤층이 아닌 국내 대기업”

녹색세상 2007. 3. 29. 17:19

권영길-전문가 간담회, ‘경제측면 고려’과 ‘평화 등 보편가치 중심’ 
 
  정부가 2009년까지 GNI 대비 0.1%를 달성 목표로 꾸준히 대외 원조 예산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반해 대외 원조의 장기적 비전이 부재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대외 원조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현 대외 원조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논의했다. 권 의원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어 경제 개발이 가장 성공한 나라이지만, 그만큼 국제 사회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
원조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어 대외원조기본법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그 첫걸음으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간담회 취지를 밝혔다.

 

 ▲ 권영길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대외원조기본법 제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현 대외원조법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논의했다. 

 

  이어 권 의원은 “정부의 원조 예산은 2006년 6천3백억 원에서 3년간 50%가량 증대되어, 2009년에는 약 1조 원에 다다를 전망"이지만 “현재 원조의 수혜자는 전 세계 빈곤층이 아니라 한국의 대기업이다. 유상 원조의 경우 3대 대기업이 대외경제협력기금의 절반 이상을 수주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정부가 2010년에 가입하려는 DAC(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 절반이 100% 무상원조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유상원조 비율이 80%가 넘지만, 최빈국 지원은 전체 원조의 25%에 불과하다. 현재의 낡은 비전과 원조 정책이 개선되지 않으면 원조 효과는 오히려 반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의원은 “대외원조기본법 제정에 관한 논의가 단순한 제도 개선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가 ‘군사강국’이나 단순한 ‘부국’이 아닌 ‘평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논의의 기틀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상희 변호사도 “원조 규모가 유사한 경제 규모의 다른 나라에 비해 형편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원조 정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위 법률들이 대외원조의 이념, 정책, 수행원칙, 업무집행 체계, 평가체계 등에 대하여 충분한 규정을 담고 있지 못함)하여 원조 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한 제도 마련 등이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이미지 개선이나 기업들의 해외 진출 등 국익 우선이나 경제적 논리 관점이 아니라, 빈곤이나 질병 퇴치 등 인도주의 목적, 지속가능한 발전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원조 정책의 기본 방침을 세워야 한다”라며 “특히, 원조를 받는 대상이 빈곤이나 기아 퇴치의 관점보다는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 관계 등을 고려해 취지와 무관하게 결정될 수 있으므로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에서 개도국 정의를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집행체계 및 기구에 대해 “현재 무상 원조는 외교통상부에서 담당하면서 한국국제협력단이 업무를 수행하고, 유상원조는 재경부가 담당하되 한국수출입은행에 그 업무를 위탁하고 있어 시스템이 이원화됨에 따라 상호 협의와 조정이 미흡하다”면서 “통합적인 계획 집행 평가 시스템, 집행 기구의 책임성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한 ‘외교부 산하 원조 전담기구 설립’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한국 ODA는 국제협력에 대한 이념, 철학, 그리고 특정 수원국에 대한 치밀한 국별 조 계획에 따라 제공되지 못하고, 국가원수 방문 시 약속사업과 공관의 요처사업, 개도국 시장 진출확대를 노리는 기존 독점기업의 요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이에 따른 정책 수립과 평가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들은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외교통상부 정진규 과장은 “ODA 재원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개도국의 이익과 우리의 대외적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부의 안광명 심의관도 “원조의 핵심은 개도국과의 호혜적 발전이지만, 유상과 무상원조는 각각 목적이 다르다”라며 “유무상간 통합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외원조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외교부 산하의 원조전담기구 설립이 바람직하다”는 이상희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 재경부는 “원조 정책이 경제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라며 “원조 기구는 경제개발 노하우와 정책 수단을 보유한 재경부 등 경제부처에 설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반면,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오수용 사무총장은 “원조의 목적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 실현에 두는 것에 동의 한다”고 했으며, 경실련 김혜경 위원장도 “원조의 원칙이 인류공영과 국제평화에 이바지해야 함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날 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4월 초 △국무총리 산하 대외원조위원회 설치 △외교부 산하 대외원조청 설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운용 주체를 현 재경부 장관에서 대외원조청장으로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발제를 맡은 이상희 변호사와(법무법인 한결), 외교통상부 경제기구과 정진규 과장, 재정경제부 안광명 개발전략심의관, 해외원조단체협의회 오수용 사무총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혜경 국제위원회 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레디앙/김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