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정부는 잘못 인정하고 한미 FTA 졸속 협상 중단하라!

녹색세상 2007. 3. 28. 01:18

                    협상 내용 전면 공개하고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부터 제시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막바지 장관급 회의가 3월 30일을 타결 시한으로 정해놓고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미국이 정한 시한에 맞춰 한미 FTA를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를 둘러싼 대립과 국론분열이 고조되고 있다. 경실련은 한미 FTA가 초래할 우리사회의 변화에 대한 사전준비도 없이 미국의 협상일정에 맞춘 타결자체에만 목메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개탄하며 졸속 협상의 중단을 요구한다.

 

1. 협상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객관적인 경제?사회적 파급효과 분석부터 제시하라.

 

  한미 FTA는 과거 어느 통상협상보다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해서는 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부나 졸속협상을 반대하는 측이나 모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는 철저히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하며 경제적으로 국익에 부합하느냐의 여부가 한미 FTA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변하는 정부는 정작 협상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협상 타결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자료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제대로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쇄국’이냐 ‘개방’이냐라는, 한미 FTA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내치고 있는 정부의 행태에서 맹목적인 독선과 아집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경실련은 한미 FTA에 대한 논쟁이 대립과 국론분열이 아니라 생산적인 토론과 국민통합으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협상내용을 전면 공개하고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이 정부가 독단적으로 협상을 타결하고 국민들에게는 ‘예’와 ‘아니오’ 중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하는 것은 국민들의 의견은 아예 받지 않겠다고 하는 오만불손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

 
2. 국회와 정당, 그리고 이해당사자들과의 사전 합의 없는 FTA 타결은 극단적인 정략대립만을 초래할 것이다.

 
  경실련은 국회와 정당, 그리고 이해당사자들과의 사전 합의 없이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하는 것은 대선과 총선 등 연이은 선거일정과 맞물려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임을 경계한다. 한미 FTA 문제가 추상적인 개방과 이념논쟁으로 변질되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와 각 정당이 FTA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대처방안을 밝히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FTA를 둘러싼 비정상적인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특히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이 예정된 선거일정에서 한미 FTA가 정략적으로 이용된다면 이로 인해 대선 및 총선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가 선거승리를 위한 정략으로 전락된다면 사회통합과 국가발전, 그리고 이후 통상협정에서의 한국의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각 정당은 FTA 타결여부에 대한 당론을 명확히 밝혀야 하며, 정부는 각 정당과 사전합의도 없이 미국 일정에 맞춰 FTA를 조급히 타결하려는 졸속주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3. 직무유기로 일관해 온 국회는 이제라도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바란다.

 
  우리 국민들의 생활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한미 FTA 협상에 대해 그동안 우리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무기력함’ 그 자체다. 정부의 비밀주의와 통상관료들의 독단적인 협상 추진을 감안하더라도 국민들을 대표하여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국회가 그 고유기능과 직무를 유기해온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협상 상대인 미국 의회의 경우 협상 개시부터 체결까지 모든 과정에서 개입하고 있으며, 의원 개개인이 속한 지역이나 산업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미 의회는 산업계를 대신하여 강력한 요구를 내세우고 있으며, ‘국내 법률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논의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미국 협상단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의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미국 FTA 협상단의 협상력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될 경우 수많은 국내 법률과 조례들이 개폐 대상에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정작 입법기관인 국회가 아무 말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는 우리와 대비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4. 미국의 TPA(신속협상권한)는 WTO/DDA(도하개발의제) 협상의 타결을 위해 재연장될 것이라는 정보에 유념하여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 FTA를 3월말까지 타결해야 하는 이유로 미 의회의 TPA 일정을 이야기해온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홍콩에서 개최된 WTO/DDA 협상에 대하여 미국과 EU가 협상을 재개하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마치고, 이에 맞추어 다시 각국 정부 통상관료들의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될 경우 미 의회가 TPA를 연장할 것이라는 정보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 협상도 3월말의 타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과학적인 손익분석의 토대 위에서 협상을 재추진하여야 한다.

 
  끝으로 경실련은 이제라도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나서서 한미 FTA 협상의 마지노선과 협상 타결로 인해 변화될 국내 법률과 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이의 시정을 반드시 협상 타결 전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힘쓸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한미 FTA 추진과정에서 우리의 허술한 협상시스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이후 열리게 될 동시다발적 FTA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라도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의 제정 등 협상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왜 한미 FTA가 미국의 TPA 일정에 맞추어 3월말에 타결해야 하는지 아무런 설득력 있는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협상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우리 측의 일방적인 양보만 이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경제적 이득에 대한 확신도, 협상 타결에 따른 사후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급회담이라는 ‘빅딜’을 통해 FTA 타결을 서두르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를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이제 자신의 판단 잘못을 인정하고 협상을 중단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경실련 정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