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이라도 진실이 종교 앞에 무릎 꿇지 않게 하라.
거의 20년 만에 만난 제자였다. 이야기 끝에 물었다.
“자네 종교는? 불교? 아니면 기독교?”
그의 답변이 특이했다. “부모님은 불교신자이시고 시댁은 기독교신자이셔서 그 사이에서 저는 엉거주춤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이때다 싶어 나는 말문을 열었다. “자네야말로 참 귀한 자리에 있구나. 어떤 사람은 자신이 단순히 불교신자라 해서 기독교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단순히 기독교신자라 해서 불교나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빛이 되고 평화를 가져오는 다정한 친구가 됨직한 종교가 사람들을 멀리하고 갈라놓는 것이 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렇게 될 바엔 차라리 아무런 종교도 갖지 않는 것이 낳을 것이다. 어느 종교의 가르침에서 자기가 깊이 공명하는 가르침을 발견했을 때에는 그 가르침에 감사하고, 그 가르침은 받아들일지언정 그 가르침을 준 종교를 함부로 신봉할 일이 아니다.
그 까닭은 진리란 어느 종교나 철학의 학파나 인물에게 예속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를 자신의 종교의 전유물, 자신의 전매특허물처럼 주장하는 종교가 있다면 그 종교에서 미련 없이 떠나라. 진리를 미끼로 삼아 신자를 삼는 종교는 참된 종교가 아니라 사이비 종교다.
그러니 자신을 아직까지 ‘불교인’으로도, ‘기독교인’으로도 정하지 않고 그 양쪽으로부터 아무런 구애없이 순수하게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여 그대는 참으로 복이 있다.
더구나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천진한 그들 앞에 서는 그대가, 어느 편에도 편들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생각하고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학생들 앞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귀하고 귀한 교사의 마음가짐이리라.
앞으로 어느 종교에든 귀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때에는 이 말을 기억하라. 진실은 종교에 예속된 것이 아니다. 진실은 언제나 종교보다 앞선다. 종교가 진실 앞에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무릎을 꿇을지언정 단 한 번이라도 진실이 종교 앞에 무릎 꿇는 일이 없게 하라!
어느 한 종교의 신자로 주저앉지 않음은 무엇보다도 진실을 믿으며, 진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임을 잊지 마라. 단 한 사람일지라도 자네가 갖는 종교 때문에 마음 상하거나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없게 하라.
그대는 한 종교의 신자로 그칠 사람이 아니다. 진실은 종교보다 위대한 것, 그대는 영원한 진실의 사도임을 깊이 명심하라! (전영철/에큐메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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