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자제 주문에도 서울 2곳서만 100여명…개인일에 운전병 동원도 계속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 테러로 ‘전사’한 다산부대 고 윤장호(27) 하사를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 맞은 3.1절 휴일에 현역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내부 지시를 어기고 무더기로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취재진이 1일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을 찾아가 확인한 결과, 오후 1시 현재 현역 장성과 장교 68명이 입장 명부에 기록돼 있었다. 이 가운데 장성급은 신원이 확인된 것만 이 아무개 준장, 김 아무개 준장 등 3명이었다. 서울 송파구 남성대 골프장에서도 이날 50여명의 장교들이 골프를 즐겼으며, 이 가운데는 장성급으로 김 아무개 소장, 박 아무개 준장 등 3명이 있었다. 서울시내 2곳의 군 골프장에서만 적어도 100여명의 고급 장교들이 ‘부적절한 골프’를 즐긴 셈이다.
이날 오전 6시께 태릉 골프장에 도착했다는 한 장군은 “오늘 고향 선배 3명과 골프를 같이 쳤다”고 말했다. 그는 윤 하사의 ‘전사’가 있은 지 이틀 만에 현역 장성이 골프를 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대답을 피한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일부 장성들은 군용차량에 운전병까지 데리고 온 것으로 확인됐다. ‘38육30**’, ‘02육10**’ 등과 같이 차량번호만으로도 군용차량임을 쉽게 알 수 있는 차량도 여러 대였다. 운전병들이 군 장교의 골프 가방을 트렁크에서 꺼내 클럽하우스까지 들어다주고, 골프가 끝난 뒤 다시 차에 가져다 싣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국방부는 장군들의 휴일 골프에 운전병을 동원하는 것은 병사들을 사병(私兵)화하는 것이라는 여론에 따라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날 남성대 골프장에서 만난 운전병 ㄱ 상병은 “운전과 개인 시중, 골프채를 직접 챙기는 것에 익숙하다”고 말해, 장성들이 휴일 골프를 위해 운전병을 부리는 것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합동참모본부와 육해 공군본부, 해병대사령부는 지난 28일, 윤 하사의 영결식이 끝날 때까지를 고인에 대한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골프를 자제하도록 예하 부대에 긴급 지시했다. 국방부도 장관의 문서로 된 지시는 없었지만, 골프를 자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을 이역만리 타국에서 잃고 절규하는 아버지의 모습.....
위의 기사에 따르면 고급 장교들이 이국만리 타국에서 젊은 군인이 죽어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국방부 장관이 직접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골프나 치러갔다는 것은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짓임에 분명할 것이다. 더구나 휴일에 운전병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긴 것은 상관인 국방부 장관에 대한 명령 불복종으로 다스려야 할 사안이다. 공짜로 부려 먹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장교들에게 깊이 뿌려 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을 남의 전쟁터에 보내 잃고 절규하는 부모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단 말인가? 눈이 있거든 보고 귀가 있거든 들어라.
군대의 기강이 해이해 진 것은 사병들의 문제가 아니라 고급 장교들의 문제임이 드러났다. 이런 상태인데 전력의 강화와 효율적인 작전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상급자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데 어느 누가 그들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할 것인가? 문제가 분명히 드러났으니 국방부와 합참본부는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이런 못 된 관행을 뿌리 뽑지 않으면 대한민국 군대는 썩을 수밖에 없다. 금지옥엽이야 귀하게 키운 남의 자식을 머슴처럼 부리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못 느낀다니 인면수심이 따로 없다.
광역단체장과 장관도 일과 후나 휴일에 어디 갈 데 혼자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건만 일개 장교들이 개인 승용차도 아니고 업무용으로 지급한 관용 차량을 버젓이 몰고 다니고, 그것도 휴일 운전병 대동을 금지한 장관의 지시를 무시하고 추모기간에 놀이에 급급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군인들을 제대로 대접할 것인가?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세월이 엄청나게 변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살아가는 자들이 이러면 안 된다. 이게 싫다면 군복 벗고 나가라. 너희들 아니라도 고급 장교로 승진하고 싶은 사람들 수두룩하니까. 정권 말기의 기강 해이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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