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에 부쳐

녹색세상 2007. 2. 22. 22:06

오늘은 대구시, 국채보상운동 기념사업회,  등 일부 언론에서 공식적인 기념행사를 열고 있는 국채보상운동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반도에서 영국과 미국의 후원으로 중국 및 러시아와 전쟁을 벌인 뒤, 1905년 을사늑약을 강제한 일제의 침략과 수탈이 고조되던 1907년, 그 이전부터 멸망해가는 나라를 걱정하고 국권을 회복하고자 활동하던 사회운동가들 중 일부에서 제안하고 움직임이 있던 “국채를 자주적으로 갚자”는 뜻이 2월에 들어 대구 광문사의 대표인 김광제 선생과 서상돈 선생등 대구의 선각자들이 발의하여, 마른 들판의 불길처럼 전국적으로 번져 일정한 성과를 거둔 국채보상운동을 돌아보고, 오늘 또 다시 미국의 식민지로 완전히 전락하고 있는 한미 FTA 협정 저지 운동을 하며 그 때의 의미를 헤아리고, 오늘의 활동을 성찰하고 새로운 투쟁의 방향을 가늠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오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기념식처럼 박제가 되고, 왜곡되는 역사 읽기와 쓰기가 아닌, 민중의 입장과 전망이 살아있는 역사가 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입니다. 그것도 특히 자랑스러운 민중항쟁의 땅으로 기억되어야 할 대구에서 말입니다. 일제가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조선으로 침략하여 수탈하는 기반이 되는 것에 사용된 국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주로 도입된 차관 등 국채를 민중이 스스로 갚고 경제적 자주와 정치적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이 담겨 상당한 정도의 성금이 모였습니다만, 일제와 친일파의 방해와 탄압으로 인해 결국 성사되지는 못하였고, 여러 다양한 애국계몽운동으로 발전한 중대 계기가 되었습니다.


  흐름도 아니고 의미보다 덜 중요하지만, 금액으로 비교해 보면, 그 때의 외채는 대략 2조 5천억 정도인데, 지금은 얼마일까요? 대략 250조인데, 외환 보유고를 텅 비우면 한 30조 쯤 모자라겠습니다. 우리 민중에게 외채에 대한 최악의 기억은 1997년 IMF 환란입니다. 환란이란 한마디로 외채를 못 갚을 정도가 되어 국가부도 사태로 이어질 뻔 할 때, 다시 외채를 더 빌려 갚고,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외채란 결국 민중이 세금으로, 피땀으로 갚는 것이지, 노무현이나 이건희가 대신 갚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국채보상운동이 편협하게 일부 조선 상공인들의 이익을 비호하는 데 있지 않은 것처럼,  역사의식이 결여되어 올바름을 왜곡하는  수여 따위에 의미가 있지 않으며,  더욱이 “소수 부자들의 나라인 경제대국 건설” 방향과는 전혀 다른 취지입니다. 지금 수출이 3,000억불이 넘는 데도 한반도의 절대다수 민중들은 생존 그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사실 위협의 장본인들이 오늘 오전에 백주년 기념식을 연 작자들입니다. 이렇게 역사는 늘 민중의 애환과 기본권을 빼앗은 자들의 일방적인 잔치로 끝나야 합니까?


  국채보상운동이 국가주의, 제국주의, 식민지 경영으로 나아가는 한국판 신자유주의 원조라도 된다는 것인지요? 정말 허탈한 역사왜곡이 아닐 수 없으며, 이웃 나라들의 역사 왜곡과 날조를 비판할 자격 없는 자들의 모략일 뿐입니다. 국채보상운동의 진정한 취지와 확산은 식민지를 만들고 착취하려는 외세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자립경제 추구였습니다. 이후 물산장려운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립경제라야 민중에게 기여하는 생산과 소비가 되고, 민중이 통제 가능한 경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일제 식민지와 한국전쟁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 경제는 필연 일제와 미제의 부속물로 변질하였고, 이제 한미 FTA를 통하여 완전한 소모품으로 바쳐질 위험한 운명과 마주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 식민지 경제로, 그리하여 식민지의 풍경이 가득 찬 사회로 그려지는 파국을 맞이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첫째, 민중이 일군 불멸의 사회운동이 역사 속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기억하는 겁니다. 지금처럼 민중의 생존을 말살하는 자들이 도리어 자축하고 기념하는 행태는 과거와 미래를 잃어버리는 역사의 미아로 버려지는 삶이 됩니다.

 

둘째, 국채보상운동의 미완성(국채는 여전히 우리에게, 그리고 또 다른 이웃 나라의 민중에게 완강히 남아 있습니다)을 오늘에 되새기는 뜻은, 대외의존 심화의 개방경제에 있지 않고, 민중이 주인 되는 경제, 곧 자립경제를 다시 만들어가는 데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한국 자립경제의 기본은 시장자유로부터 발생하는 삶에 필수적인 것들의 상품화, 산업화를 막는데 있으며, 이것은 농업의 부활과 함께,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자급을 어는 정도까지 달성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국채보상운동을 통하여 식민지 전락을 막고자 온 민중이 거국적으로 동참하였듯이, 지금 온 민중이 함께 나서서 한미 FTA를 확실히 이겨내는 저항으로써 자급과 자치에 한 걸음씩 다가서야 합니다.

 

  휴대전화기와 자동차 장사로, 중국 가서 컨설팅 하는 것으로 온 국민이 배터지게 먹고 쓰는 일은 망상입니다. 그런 경제활동은 다른 나라 민중들에게 국채보상운동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아무리 해도 다 갚을 수 없는 국채를 더 이상 남기지 않은 길은 절대적인 자립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며, 그 근간은 민중이 식량과 에너지를 대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자급하고 서로 나누어 쓰며, 고르게 가난함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2007. 2. 21.    땅과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