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법부는 지난날의 잘못을 정말 인정하는가?

녹색세상 2007. 1. 24. 22:32

32년 만에 망자 앞에 고개 숙인 사법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앞 복도는 눈물바다였다. 판결 도중 내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이영교(고 하재완씨 부인)씨는 복도로 나와 32년간 겪은 고통을 쏟아냈다. 법원(형사합의23부, 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이 '인민혁명당재건단체 사건'(이하 인혁당 사건) 연루자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망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30년이 훌쩍 지나서야 혐의를 벗게 된 지난 날의 한을 피눈물로 토로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8인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 음모, 반공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들은 지난 2002년 서울지방법원에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은 2005년 12월 재심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각 피고인들이 인혁당 재건을 위한 반국가단체를 구성했다는 혐의를 비롯해 여정남씨의 민청학련 배후조종 혐의와 송상진 하도원씨가 북한방송을 청취해 반공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또한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와 관련해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서는 당시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을 때 자유로운 상태에서 작성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과 같이 진술자가 사망한 경우, 진술서는 형사소송법상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됐다는 점이 인정돼야만 증거 능력을 갖는다.

 

  재판부는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해 정부 전복을 시도하고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하려 시도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긴급조치 위반 혐의는 "유신정권 이후 긴급조치가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형이 폐지된 상태"라며 유무죄 판결 대신 소송을 종결하는 면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여정남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중 '반독재 구국선언' 혐의 부분은 다른 재판에 병합돼 유죄가 확정됐고 재심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사실을 그대로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로 독재정권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사형 선고를 받고 대법원 상고 기각 18시간 만에 사형된 8명에 대한 명예를 회복시켰다. 동시에 '사법살인',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고 비난받았던 과거 잘못을 재판이라는 공식 절차를 통해 인정했다.

 

 

 

간접적인 사법 살인에 대한 잘못은?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인혁당 사건 재판의 부당함에 항의한 문정현 신부는 정권으로부터 미움을 받아 다리를 다쳐 평생 고생을 했다. 문 신부는 ‘그들의 얼굴은 모르지만 가족들의 한 맺힌 사연은 오랜 세월 두 눈으로 봐서 잘 안다’며 유족들을 위로했고, 늦봄 문익환 목사는 ‘하나님을 의심한 사건’이라고 했을 정도였다. 정말 대한민국 사법부가 과거의 잘못인 사법살인에 대해 인정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잘못을 인정한다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유족들에게 '사법살인'에 대해 공식적으로 용서를 빌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나가는 말로 그냥 '유감'이라는 말 한 마디만 던진다면 유족들과 억울하게 죽거나 감옥살이한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요 그 진정성은 의심받아 마땅할 것이다.

 

 

 

  잘못이 없는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살인을 한 나라, 그것을 지시한 독재자의 딸은 반성은커녕 '법원이 한 일, 연좌제' 운운하고 있고, 지금도 간접 살인을 하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과거와 같은 직접적인 살인을 하지는 않지만 온갖 방법으로 더욱 악랄하게 못 살게 해 자살자가 교통사고 사망자 보다 많다. 피해자였던 사람들이 이젠 가해자로 변신해 '무죄 판결은 당연하다'고 하는 장면을 보고 지금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정규직 날치기법이 바로 그것이고, 경영합리화란 미명 하게 방만한 경영을 하면서 성차별까지 저지른 철도공사가 대표적인 예다. 지금 무분별 하게 밀어 붙이는 한미FTA협상 역시 수 많은 민중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는 대표적인 간접 살인 아닌가?

 

  다까끼 마사오 독재시절의 것을 넘어 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조작된 증거에 의한 잘못된 판결도 재심을 해 바로 잡아 지금이라도 당사자들에게 사죄를 빌어야 사법부의 진정한 체면이 설 수 있다. 회개(悔改)가 무엇인가? 지난 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다. 그런 후에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한다. 겨우 몇 마디 말로 ‘유  이라고 한다면 또 합법의 탈을 쓴 사법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으며 제2 제3의 석궁 사건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마이 뉴스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