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국제

엄청난 살인마들이 옛 부하를 처형하다

녹색세상 2007. 1. 1. 00:28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CNN과 아랍권 방송 등은 오늘(30일) 12시 경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교수형이 미군 시설인 바그다드 그린존 안에서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6일 사형이 선고된 뒤 불과 나흘만에 형이 집행된 것이다. 26일 후세인 사형 판결이 확정된 뒤 백악관 대변인 스코트 스탄젤은 "오늘은 압제자의 통치를 법치로 대체하려는 이라크 국민들의 노력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날"이라고 으스댔다. 그는 또 "후세인은 적절한 절차와 합법적 권리를 부여받아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후세인이 잔혹한 독재자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박해해 왔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후세인 재판 과정과 이번 사형 집행은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를 재판하려는 자들이 그럴 자격이 없는 부시와 점령 세력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라크를 불법 침략했다. 후세인 재판을 진행해 온 이라크 특별법정 역시 국제법상 불법이다. 국제법에 따르면, 후세인 재판은 유엔이 관할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제3국 출신 판사들에 의해 진행돼야 했다.

 

  후세인 시절은 비참했다. 그러나 미군 점령 하의 이라크는 그 때보다 더 비참하다. 이라크 침략과 점령으로 65만 명이 넘는 이라크인들이 사망했다. 고작 3년 반 남짓한 기간에 미국은 자신이 처형한 독재자보다 갑절이나 더 많은 ― '휴먼라이츠워치'는 후세인 정권 24년 동안 25만∼29만 명 가량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 민간인을 살해했다. 그 전에는 미국이 주도한 유엔의 경제제재로 1백만 명 이상이 죽었다.

 

  후세인 시절에는 적어도 전기와 수도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조차도 없다. 이 모든 책임이 부시와 점령군에게 있다. 당연하게도, 대다수의 이라크인들이 차라리 후세인 통치 시절이 지금보다 나았다고 말한다. 미국 정부는 이 재판이 '이라크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최근 스탄젤 백악관 대변인은 "후세인 전 대통령 처형 문제는 전적으로 주권국가인 이라크 국민들이 정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이며 우리는 그저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재판소 설립 당시 이라크인들의 의견 참여 등 투명한 과정이 배제됐음에도 '이라크인들이 주도하는 재판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재판이 진행된 이라크 특별법정은 점령당국인 연합군정청(CPA)이 설립했고, 재판관들은 지난해 말 재판 시작 전 몇 달 동안 영국에서 일종의 '비밀과외'를 받았다. 이런 점들 때문에 최근 사형 확정 판결 뒤 레안드로 데스포우이 유엔 법관독립성 특별보고관은 후세인이 독립적·중립적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며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무엇보다, 후세인은 다름 아닌 미국이 키운 범죄자다. 1990년 8월 후세인의 군대가 쿠웨이트를 점령하기 전까지 미국은 후세인이 저지르는 온갖 만행을 눈감아 주었다. 후세인이 미국의 중동 지역 하수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지하거나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 ― 1991년 걸프전 직후 남부 시아파 학살 등 ― 은 이번 재판에서 전혀 다뤄지지도 않았다.

 

  사형 확정 판결 하루 뒤인 27일 백악관은 "후세인을 처형할 경우 그 지지자들로부터 일정 이상의 보복 행위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점령군이 그러한 '보복 행위'를 빌미 삼아 점령군 증강을 정당화하려 함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 부시는 사실상 이라크 추가 파병을 확정한 상태에서 이에 대한 미국 내 반대 여론을 무마할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 부시가 이끄는 제국주의 전범 일당에 대한 심판은 국제 반전 운동의 몫으로 남아 있다. (맞불/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