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운동과 정치는 하나다.
갑자기 난데없이 노동당에서 사회운동정당론을 들고 나왔다. 당이 선거를 미루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수도 뚜껑하나도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는 김혜경 고문의 말씀처럼 우리 사회를 바꾸는 모든 운동이 정치영역인데 정당과 사회운동을 별개로 규정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놓았다.
주어진 선거 일정에 허급지급 대처하기보다 장기전에 대비하는데 동의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안별 투쟁이나 연대 투쟁에 어떻게 임해 왔으며, 어떻게 싸울 것이며 젊은 활동가들을 어떻게 교육하며 훈련시킬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안이 나와 있어야 하는 게 순서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전 전혀 내 놓지 않고 있다.
갑자기 사회운동정당론의 전도사가 된 정진우는 부대표 시절 ‘삼성과의 투쟁을 결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천안에서 열린 어느 정파 첫 모임에서 말한 적이 있다. (하도 투쟁 결의를 많이 해 본인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좋은 말임에 분명하나 삼성과 싸우기 위해 우린 어떻게 할 것이며, 무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그저 ‘삼성과 투쟁 선언’에 큰 의미를 두는 자위하는 듯한 느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당원의 목소리에 귀부터 기울여라
이런 안이 왜 나왔는지 당권파들은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당권자 몇 천 명 밖에 안 되는 당에 왜 당원들이 집행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당비 미납 당원이 자꾸만 늘어나는지 반성은 전혀 없이 ‘우리가 깃발을 들었으나 따르라’는 오만한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녹사연이 당권을 장악했을 때도 부문위원회와 같은 일부는 건드리지 않고 당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의 당권파는 모조리 차지하고 있다. 이런 당내 정치도 할 줄 모르면서 사회운동 정당론 운운하는 건 웃기는 소리다. 귀부터 열고 당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당권파 60 비주류 40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싹쓸이 해 놓고는 ‘같이 하지 않는다’고 앓는 소리 해 봤자 귀 기울이는 당원은 없다.
주사파의 등쌀에도 살아남아 버티고 있는 당원들을 호구로 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 김길오가 돈으로 관리하고 금민이 아무리 머리 굴려도 당원들은 그 위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하고, 골리앗 투쟁의 전사 이갑용 못지않은 활동가들이 당에 늘려 있다는 것 부터 인정해야 대화가 시작된다. 머리 나쁘면 손발만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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