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모 씨의 의사 숫자를 늘리고 공공의료 공급을 확대 하자는 것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을 한다. 그의 주장대로 공공의료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급성 전염병에 대한 의사와 훈련된 의료인 확충이란 전제란 걸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지금의 건강보험 체계는 박정희 독재 정권 시절에 시작되었다. 적어도 이 정도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체제 자체가 유지 된다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개인이 주머니 털어 병원 시설도 하고 직원들 월급도 주며, 진료하는 영업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에서 망하는 개원의들이 늘어나는 걸 감안하면 앓는 소리만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 살아가는 게 세상살이다. 의료 취약지역이나 공공의료에 필요한 과목의 의사가 개원을 할 때 저리로 융자해 주거나 지원해 주는 방식을 의사협회 같은 곳에서 요구하면 어떨까 싶다.
주장에 별 이견이 없으나 군의관 양성과 공공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국립의학대학(의전원) 설립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면서 사례를 알린다. (정확한 자료가 없어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미리 밝힌다.)
군 의료, 군 의학대원이 능사인가?
아무리 장기복무 군의관을 양성해도 지금과 같은 군의 현실에서는 군 의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10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군에 간 동창생 아들이 고관절에 문제가 생겨 인공관절 수술을 했다. 멀쩡히 군에 간 체력도 좋아 운동도 잘한 아들이 고관절에 이상이 생겨 인공관절까지 넣는 수술을 했으니 난리가 났다. 오빠가 의대 교수라 바로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수술을 부탁하고 치료를 무사히 마쳤다.
인공관절 수술을 했으니 당연히 의병 제대를 해야 되는지라 고민하고 있는데 대대장으로 부터 ‘구보나 힘든 일에는 빼 줄 테니 얼마 남지 않았으니 (8개월) 그냥 복무하다 제대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부모에게 말할 정도면 아들에게는 여러 번 던졌을 것이다. ‘군대와 싸워 봤자 힘들다’는 내 말에 기운이 빠져 있던 차에 솔깃해 아들에게 물어 봤더니 좋다고 해 복귀해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제대를 했다.
의병제대했다는 건 우리 사회에서 군대 안간 것 못지않은 불이익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았을 것이다. 지휘관 역시 그렇게 제안을 한 건 병으로 제대하거나 환자가 많으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산재 사고를 은폐하는 이유처럼 병을 확인해 빨리 대처하는 지휘관은 불리하다. 병사의 값이 싸구려고, 환자가 발생하면 진급에 불이익을 받는 문제부터 고쳐야만 군 의료문제 해결에 접근이 가능하다.
사격장에서 병사들의 고막이 걱정되어 교육대장에게 ‘귀는 화장지 같은 걸로라도 막고 사격을 좀 시키면 좋다’고 하자 ‘군의관님, 전쟁과 같은 훈련을 해야 되기 때문에 안 됩니다’는 말에 ‘정말 어이없었다’는 이비인후과 주치의사인 후배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참고로, 육사 교수부장은 준장이지만 해사와 공사는 대령이고 60살 전에 옷을 벗어야 하는 등 다른 사관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감안해야 한다. 계급이 깡패란 게 가장 심한 곳이 군대다.
공공의료 확대는 국립 의대 장학생 선발로
의사를 늘리기 위해 국립의대를 더 만들고, 의대생을 늘리자는데 찬성이다. 그렇지만 국립대학교의 의대가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는 의대는 결사반대다. 의대가 생기고 수련을 위한 부속병원을 만들어 체계를 잡으려면 10~15년은 지나야 된다. 국립대 의대가 아닌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려는 것은 관료들의 노후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낙하산 부대가 대거 투입될 것이다. 지금도 의사들의 인문사회학적인 소양이 부족한데 의대만 있으면 꽉 막힌 의사만 나올 것이다.
군의관 장학생처럼 공공의료나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할 장학생을 서울 제외한 각 지방 의대에 선발하고, 전공도 공공의료에 필요한 과목으로 제한하고, 의무 근무 연한도 10년 정도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혜택을 늘려 15년으로 하는 것도 좋고) 그러면 가난한 집 자식도 의사가 되는 문이 조금이나마 열리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지금은 모르겠으나) 군의관 장학생은 선발해 놓고 전공과목을 지정하지 않아 피부과나 성형외과를 전공하고, 군의관들이 주말이면 지인들 병원에 당직 돈벌이도 했다.
다시 메르스 사태가 발생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도 있지만 우린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이제 정권이 바뀌려고 한다. 모든 진료 과목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전제로 한 초등학생과 60세 이상 국민에 대한 의무진료(무상진료)를 내거는 후보가 없는지 정말 갑갑하다.
건강하게 군대 보냈는데 병들거나 사고로 귀한 목숨을 잃거나 병석에 누워 있는 자식을 바라봐야 하는 부모들에게 다시 한 번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국가가 데리고 갔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렇게 내팽개치는 현실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군 의료 문제와 의사 공급을 늘리자는 걸 전제로 한 공공 의료 공급 확대에 해한 김형모 씨의 제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건강보험 누적 흑자 20조원이란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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