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평가 없는 노동당

녹색세상 2015. 7. 13. 14:57

결과에 책임지지 않은 대표들

 

노동당에 평가가 없다. 특히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한 줄도 없다. 홍세화, 이용길 대표에 대해 평가하는 걸 보지 못했다. 밖을 향해 문제 제기하고 비판을 멈추지 않는 정당에서. 홍 대표가 오르기 싫은 무대에 올랐지만 오르고 나서의 책임은 당사자의 몫이건만 고생한다며 온정주의로 일관했다.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가 바닥이었음에도 누구도 결과에 책임지라고 하지 않았다. 대표단은 가만있고 책임이 작은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이 사퇴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작년 지방선거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음에도 이용길 대표에게 책임지라는 정파는 없었다. 지방선거는 당의 재정과 인력을 박박 긁어 또 아니면 모라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었음에도 의미가 있었다는 자위하는 평가는 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투자의 기본조차 모르는 도박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가가 없으니 반성이 없고, 대안이 나오지 않음은 물론이다.

 

홍 대표는 당내 사정을 잘 몰라 그랬다 치더라도 이용길 대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 대회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집단 탈당한 통합파, 하나로파, 가짜 독자파인 녹사연과 손잡고 당권을 잡았다. 김준수김종철 등이 김형탁강상구와 짠 특별결의문에 반대까지 한 사람이 그들과 손잡았으니 당원들은 의아했을 것이다. 나 역시 김윤희에게 이용길 위원장 대표 출마 결단했다는 문자를 받고 깜짝 놀랐다.

 

부정 투표에 미지근한 대응

 

당원들의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진 건 당명 결정 대의원대회에서 발생한 부정투표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는커녕 미지근한 태도다. 서른 명이 넘는 당원들이 서명해 부정투표 진상 조사 요청에 대해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관련 당직자에 대한 문책조차 없었다. 당무 책임자인 사무총장과 관련 부서장에게 책임을 물어 인책사퇴가 이루어지는 게 상식이건만 그러지 않았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사무총국과 대표단의 조사라는 게 겨우 전화 통화였고, 중앙당 당기위원회조차 현장 조사를 하지 않았으니 진상조차 의지가 전혀 없고 누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당에 희망이 없다며 당원들이 떠나도 대표단은 어떤 수습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게 한국사회에서 유일한 진보좌파 정당이라는 노동당의 도덕 수준이고 이용길 대표 체제의 한계였다.

 

지방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지는커녕 당원들에게 신뢰를 연장해 달라며 임기를 꽉 채웠다. 이런 대표에게 어느 정파의 대표는 임기를 채운 대표라는 찬사도 했다. 당의 규율과 도덕성이 떨어진 것이 활동가들의 잘못도 없지 않으나 궁극적인 책임은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은 홍세화이용길 대표가 져야하는 것 아닌가?

 

일주일 무단결근조차 덮은 노동당

 

20대 젊은 활동가들에게 어린이라 한 김윤희는 홍 대표 시절 조직실에 상근하면서 일주일 무단결근을 하고도 겨우 감봉 2개월 처분만 받았다. 기업이라면 , 당장 사표 써라며 난리가 났을 것이고, 공무원은 대기 발령이상의 처벌을 받고 남았을 사건임에도 노동당은 근태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당시 사무총장조차 미지근하게 대처했다.

 

대표들의 잘못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당사를 여의도에서 홍대 인근으로 옮기도록 제안한 건 정지우 동지다. 비싼 임대료에 당 간판조차 걸지 못하는 조건이었고, 당 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원들이 재정 지원을 요청하면 돈이 없다는 말만 했다.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홍대 시절의 평가는 전혀 없이 영등포로 이사한다는 결과만 통보받은 당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홍 대표는 재임 시절 사석에서 잘못에 대해 서울 은평의 어느 동지에게 그 때 내가 잘못했다며 사과는 했으니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 건 책임져야 할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라는 평소 지론과 맞지 않는다. 이용길 대표는 당권을 놓칠 위기에 처한 가짜 독자파와 손잡아 그들의 명줄을 늘려준 것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과와 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홍세화 대표는 임기 동안 뭘 했는가? 이탈자를 최소화 했다는데 동의하지만 총선 치르고, 사회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한 것 말고는 없다. 흐트러진 당내 기풍을 바로잡으려 노력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용길 대표는 당명 바꾸고 지방선거 치른 것 말고 있는가? 가짜 독파인 최백순을 비서실장으로 발령해 임기 말 대표단 회의에서 통합과 관련해 반대한 정진부 부대표와 달리 유보라며 애매한 선택을 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의혹을 증폭시켰다.

 

대표 출마 공약인 재창당 수준의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여러 번 대화를 나누었으나 재임시절에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개정 의지가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부정투표 진상 조사라도 제대로 했다면 당내 기강이라도 제대로 세울 수 있었을 텐데 시기를 놓쳐 버렸다. 당명 원안인 녹색사회노동당이 부결되자 번안 동의를 요청한 것은 민주주의 기본조차 무시한 행동이었다.

 

이제 와서 지난 걸 들먹이느냐고 하는 것은 우리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과오에 대해 되돌아보지 않고, 사과하지 않는 조직이 남의 잘못을 들먹이는 건 비웃음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홍세화, 이용길 두 분은 당의 선배로서 재임 시절을 돌아보고, 고언을 아끼지 않는 동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때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고 하는데 욕할 사람은 노동당에 없을 것이다. (사진: 노동당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