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드러낸 지방선거
지방 선거에 노동당은 살림밑천 박박 긁어 대응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이게 우리에 대한 평가이자 실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가와 반성은 이런 전제 하에서 출발해야된다. 문제는 참패를 예상한 사람들 조차 ‘2퍼센트가 안 되었을 때를 대비하자’는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 대비책을 거론조차 할 수 없었다.
정당이 주어진 선거 일정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형편은 감안치 않고 따라가는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확인했으니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진 방식을 바꾸고 우리들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투자하는 등 장기적인 체계’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선거에 광역 후보 70명 출마 의결 자체가 무리였음을 인정하고, 어디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는가를 세심히 짚어보지 않으면 ‘소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고 말 것이다.
후보가 부족해 선거를 지원해야 할 상근자들 마저 출마 시켰다. 심지어 연고조차 없는 부산 기장, 전북 전주, 강원도 비례 후보로 위장 전입조차 불사하면서. 선거 때 마다 주민등록만 옮기는 걸 비난해 온 우리가 2퍼센트 득표란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조직의 의결에 개입하고 당내 여러 문제에 개입해 징계 받아 마땅한 사람마저 출마시킬 정도로 후보 검증 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선거결과
그런데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집행부 중 대표단과 선거 기획 책임자는 ‘결과에 대해 책임진다’는 말도 없이 묵묵부답이다. 선거 직후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어떤 비판이라도 듣겠다’고 해 놓고는 ‘지방선거 및 보궐 선거 결과 평가에 근거한 당원들의 판단에 따라 향후 거취를 비롯한 모든 책임을 지며, 보궐 선거를 비롯한 향후 정치 일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거취 문제에 대해 슬그머니 말을 바꾸었다. 이건 당의 주인인 당원에 대한 우롱이다.
집행부는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니 잘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향후의 대안은 당원들이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몫이 아니다. 2퍼센트 득표에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에 미흡할 때에 대한 대비책이 있다는 말을 책임있는 당직자로부터 들어보지 못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한 손익분기점을 몇 개월 안에 달성하지 못하면 보따리를 싸던지, 어떻게 하면 더 버틸 수 있는가 대비책을 세우지만 우린 오로지 장밋빛 환상만 이야기 했을 뿐 최악의 상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사람을 보내 놓고는 ‘선거에 임하자 후보가 하루하루 달라진다’는 좋은 말만 했지 그 수업료가 얼마나 비싼지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분위기가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의 정당이 아닌 미래 정당으로
7월말 보궐 선거ㆍ2년 후 국회의원 총선거ㆍ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일정에 허급지겁 끌려갈 것인지, 진보좌파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백년 정당을 만드는 일에 매진할 것인지 심각한 선택의 길목에 서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 대한 투자와 교육은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다 할지라도 그들은 우리의 내일이니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의 30퍼센트는 투자해야 하지 않는가?
새민련 전북 공동위원장들이 지방선거 직후 ‘기초단체장 절반이 무소속이 당선된 것에 책임을 진다’며 즉각 사퇴했다. 결과에 대한 평가와 반성없이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지만 결과에 책임지는 건 배워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욕하는 노회찬은 4년 전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바로 사퇴해 여러 논란을 잠재웠음을 많은 당원들은 기억한다.
대표단이 ‘신뢰를 연장해 달라’며 보궐선거까지 가겠다고 했으니 지방선거 평가가 김빠진 맥주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곧 휴가철임을 감안한다면 8월 말은 되어야 평가 모임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명색이 진보좌파정당이 이렇게 느려 터져서야 뭐가 되겠나. 책임정치는 민주주의의 기본임을 기억하고 있는지 걱정이다. 당이 망했다. “책임지겠다는 인간이 한 명도 없다. 부끄러움도 없이 다시 대표로 나오려 할 정도.”라는 페이스북의 글을 인용한다. (사진:노동당 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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