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태평이던 나에게도 정신병이 찾아왔다. 10년 전 3월 코가 불편해 주치의사인 후배를 자주 찾아갔더니 “형님, 의사인 제가 보니 별 문제가 없는데 불편한 걸 호소하는 걸 보니 정신과를 한 번 찾아가 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라며 동기 의사를 소개해 주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한 의사는 ‘우울증 때문에 불면증이 온 것 같다. 경과를 좀 지켜보자.’며 말을 조심했다. 서너 번 가자 그제야 “외상 후 장애, 공황장애, 우울증이 겹쳐 불면증이 온 것 같다.”며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정도 갈 수 있다.”면서 ‘검사 결과는 스트레스 수치가 엄청나게 높은데 얼굴은 밝다’며 의아해 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니 잠을 자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다. ‘겹친 각종 사고와 개인사가 누적된 것 같다’는 게 주치의사의 소견이었다. 무엇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으니 너무 힘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 놓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술 한 잔 하고 털어 버려라’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툭 던질 때다. 정말 힘들 때 ‘그 정도 가지고 그러느냐’며 무심코 던진 말은 2차 가해임을 알아야 한다.
지켜보고 함께 하는 것이야 말로 어떤 뛰어난 정신과의사보다 큰 치료다. ‘함께 비를 맞는 것’이 연대의 기본이듯 아파하는 이웃과 함께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어버린 세월호 피해 가족들에게 ‘상담 받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들이 슬퍼할 때 함께 눈물 흘리고, 힘들어 할 때 옆에 있는 것만큼 중요한 이웃의 역할은 없다. (사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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