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도 영화 ‘자이언트’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변환기 미국 사회의 한 단면을 다루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그리고 제임스 딘이 주연했다. 이 영화가 아직까지 이야기 거리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영화 3편을 남기고 24세에 절명한 제임스 딘이라는 강열한 이미지의 배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고교 때 봤다. 영화 속 작은 이야기 하나는 텍사스의 대지주 베네딕트(록 허드슨)가 소심한 아들을 말에 태우자 이 아이는 겁에 질려 울 뿐이었다. 장래의 대목장 주인은 응당 말을 능수능란하게 탈 수 있는 ‘남자다움’이 있어야 하는 데 아들은 소꿉장난 같은 데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면 아들은 ‘남자다움’ 없이 허약하게 성장했는가? 대지주의 백인 상속인은 자라서 피부색이 검은 멕시코 원주민 여자와 결혼하고, 당시 미국 사회의 극심한 인종 차별에 대해 당당히 맞서는 용기를 발휘한다. 이 모습에서 나는 더 강열한 ‘남자다움’을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군사 문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남자다움’이라 흔히 말한다. 특히 ‘해병전우회’는 마을마다 조직해 어떤 행사가 있으면 빨간 모자와 명찰을 단 해병대 옷을 입고 으스대며 ‘남자다움’을 뽐낸다. 고된 훈련받으며 맹목적 복종하는 군사 문화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이런 부류의 대개 사람들은 전두환을 자랑스럽게 존경한다.
얼마 전, 해병대 체험 기간에 공주사대부고의 학생 5명이 목숨을 잃은 뉴스를 보고 저급한 군사 문화가 고교까지 침투한 데 적이 놀랐다. 극기라는 미명 아래 고된 육체 훈련을 통해 군사 문화를 강요하며 ‘남자다움’을 키우겠다니! 육체의 건강은 더없이 중요하나, 맹목적 복종을 앞세운 군사적 육체 단련은 정신 건강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는 조폭들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이런 훈련을 고교생에게 강제한 모습에서 우리 교육 문화 수준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정말 ‘남자다움’이란 불의에 맞서고 정의를 위한 용기를 발휘할 때 참다운 의미를 지닌다. 나는 영화 ‘자이언트’를 보면서 이름 없는 조연의 작은 역할에서 진정한 ‘남자다움’을 느꼈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려면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에게 자유로운 꿈을 심어주고, 그 꿈을 이루는 강건한 의지를 갖게 하는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희생당한 학생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송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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