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이런 정당은 전술이니 뭐니 잔머리 굴리지 말고 피 터지게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 유럽 좌파 활동가의 말이 생각난다. 매우 일리 있는 말이다.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력을 집중해 싸울 수 있는 곳을 찾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렇게 싸우다 감옥에 가면 조직이 책임을 져 주기는 하는가? 이와 관련해 우리 당은 아무런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
이것만 봐도 우리 당규가 얼마나 엉성한지 알 수 있다. 배우자의 경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덜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무리 싸우려는 의지가 있어도 월말이면 날아오는 각종 공과금과 전화 요금 등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전화 요금은 한 달만 늦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문자가 들어와 머리가 복잡한 게 현실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싸우자’는 말만 하는 건 뻥 아닌가?
희망버스와 관련해 감옥 갔다 온 정진우 동지의 경우 상근을 했기 때문에 적은 급여나마 당에서 지급하고, 당원 중 변호사가 변론을 해 주었으나 상근자가 아닌 당원이 조직의 결정에 따라 감옥 갔을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냥 당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하고, 무료 변론해 줄 변호사 찾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러고도 우리가 ‘삼성과 대항해 투쟁하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매우 의문을 갖고 있다면 지나친 편견인가?
‘자본과의 싸움’을 하려면 당장 어떤 어려움이 닥치는지 눈 앞에 선해 아무리 간 큰 사람이라도 망설이기 마련이다. 권력과의 싸움 역시 마찬가지다. 당력을 집중해 싸우는 탈핵 투쟁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싸운 동지에게 우리 당은 아무런 보상을 약속해주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 해고 되었을 경우 생활비를 지급하는 건 일반화 되어 있다.
명색이 진보좌파 정당이라는 우리가 조직의 결정에 따라 싸우다 감옥간 동지에 대한 생활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닌가? 상근자는 물론이요 비 상근자가 할지라도 조직의 결정에 따라 활동하다 감옥에 갔을 경우 그 연령에 해당하는 상근자 급여를 지급하고, 변호사 선임도 책임져야 한다.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에 대한 미련을 과감히 버릴 당원들이 많을 것이다. 새로 선출하는 대표단은 이와 관련한 당헌ㆍ당규를 신설할 의사가 있는지 꼭 묻고 싶다. (사진: 박성훈)
덧 글: 2008년 12월 중순에 시작해 3개월 정도 한 대구 앞산 달비골의 ‘앞산터널 저지 나무 위 농성’때도 골 들머리의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보다 ‘감옥갔을 때 생활비는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이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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