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상종 못할 인간에게 똥 밟힌 × 같은 사연

녹색세상 2010. 10. 21. 22:20

어제는 온 몸으로 주(酒)님을 영접한 날?

 

상대할 가치를 못 느끼는 놈을 ‘상종 못할 인간’이라고 부른다. 졸지에 그런 인간을 만났다. 보온 겸용인 전기 압력밥솥이 고장 나고, 수리를 맡겨 놓은 배낭도 찾고, 매월 가야되는 병원에 갈 날이 되어 밀린 일을 처리하기 위해 대구로 갔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술도 한 잔했다. 한 잔이 아쉬워 열쇠점을 하는 친구를 찾아가 생맥주도 마셨다. 오랜만에 벗이 찾아 왔다고 차비까지 주는 정성이 너무 고맙다. 술 취한 티내면 말이 도는 시골인지라 가끔 이렇게 마시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기도 한다.

 


기분 좋은 밤을 보내고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데 술 취한 할머니 한 분이 횡설수설 하며 떠들기에 ‘기분 좋게 한 잔 하셨지만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조용히 가자’고 했는데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아 기사에게 ‘주의를 좀 주라’고 주문까지 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술이 과하게 된 것 같다. 심하다는 걸 판단한 기사 양반이 주의를 주는데도 멈추지 않으니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운전 못할 정도는 아닌 상황인데 길에서 내리게 할 수는 없으니 내게 말한 것 같다.

 

 

 

112에 신고를 하니 고속도로 순찰대와 바로 연결이 되어 가까이 있는 순찰차에서 전화가 왔다. 좀 조용해지는 것 같아 ‘출동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알리고 통화를 끝냈다. 가능하면 새로운 사건을 안 만들려 하는 경찰의 생리를 아는지라 최대한 빨리 상황 판단을 해야 좋아 한다. 전화를 한 나 역시 그 사람을 내리도록 하려는 게 아니라 조용히 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뒤에서 ‘지는 술 안 쳐 묵나? 그냥 가마 되지’라는 욕설이 날아왔다.


쌍욕을 듣고도 참고 넘겨야 하는 힘든 순간


그런 꼴은 절대 못 보지만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기 싫어 고개도 안 돌리고 그냥 가려니 사람 돌기 일보직전이다. 욕 얻어먹을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더 화가 나지만 ‘내가 양보하자’며 속으로 삭였다. 그래도 술 취한 사람은 횡설수설 하니 기사는 ‘손님, 경찰에 연락 안 해도 되겠습니까?’라며 묻기에 ‘이 정도면 가도 될 것 같다’며 그냥 가자고 했다. 시외버스를 타면 더러 술에 취한 노인들이 더러 있지만 이건 완전히 필름 끊길 정도까지 간 것 같다.


군위에서 내려 산골로 가는 차 시간을 보려는데 ‘니는 머리 벗겨진 저런 새끼와는 상종하지 마래이. 저런 놈은 천지 쓸데없다’는 욕설이 날아와 고개를 돌렸더니 어린 자식 손을 잡고 있어 바로 몸을 날릴 수 없어 또 참았다. 아이만 아니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아가리 함부로 놀리지 않는데 같은 인간에게 한 번 더 참아야 하니 속은 부글부글 끓는다. 같이 내린 아주머니 한 분이 ‘뭐 저런 놈이 다 있느냐’며 한 마디 하셨다. 전형적인 동네 양아치들이 하는 짓거리다.


그런 꼴은 그냥 보고 넘어가지 않지만 수양의 기회로 생각하고 참았다. 보아하니 군위 토박이 같다. ‘똥개도 제 집에서는 50점 따고 들어간다’는데 ‘군위는 내 나와바리’라고 착각하는 놈을 상종해서 기분 좋았던 걸 다 날려 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제는 기분 좋게 잘 보냈는데 오늘은 완전히 똥 밟아 버렸다. 그냥 똥도 아닌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를 덮어 쓴 기분이다. 그래도 어제는 좋았으니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덧 글: 나와바리(관할구역)란 말을 써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누구보다 낱말 하나에 문제 제기를 하는 인간이지만 실감나게 쓰려다 보니 가장 근접한 말인 것 같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