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죽어가는 자영업자들

녹색세상 2010. 10. 2. 23:25

 

추석 전날 수시로 이용하던 동네 가게에 들렀다. 그리 커지는 않으나 규모도 제법 되는 유통점인데 문이 닫혀 있어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안 간지 2년이 되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이마트가 있어도 그럭저럭 버틴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요즘 말썽 많은 작은 홈플러스가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매달려 장사를 했지만 ‘버티기 힘들다’는 말을 가끔 들었다. 한 동안 가지 않았는데 문을 닫은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 단골집이라 계속 버텨주었으면 하는 생각에 그 가게만 이용을 했다. 막걸리를 사러 편의점에 들러 물어봤더니 ‘문 닫은 지 2년 조금 넘는다’고 한다. 대형유통점이 골목골목을 다 잡아 먹는다. 마치 거대한 공룡이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것처럼. 한국의 자영업 비율이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한다. 퇴직 연령이 빨라지면서 먹고사는 길 찾다보니 가장 안정한 걸 선택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유통재벌들이 삼켜 버린다.


대기업이라면 대기업이 지녀야 할 상도의가 있다. 어떻게 된 판인지 그런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다. 돈벌이만 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게 자본의 생리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대형유통점은 도시외곽에 짓도록 하고, 도심에 있더라도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술은 전문판매점에서만 취급하도록 제재를 하지 않으면 전 재산 털어 하루 종일 매달려 있는 동네가게는 다 망하고 만다. 버티지 못하고 망한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